핼러윈때 100만명 몰리는데…日 시부야, 참사없는 이유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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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 100명·예산 1억엔으로 행사 효율적 통제지난 29일 밤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대형 참사를 계기로 일본의 대응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도쿄 시부야에도 핼러윈 기간이면 1일 최대 100만명이 몰려들지만 일본은 100여명의 경찰 인력 만으로 큰 사고없이 행사를 치르기 때문이다.
핼러윈 길거리음주 금지 조례 시행
술 판매·차량통행 금지 등 사전대책 철저
당일에도 DJ폴리스 등 통해 인파 유도
'이태원 참사' 소식에 日도 경계 대폭 강화
일본 역시 핼러윈은 고유 명절이 아니지만 가장 큰 이벤트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았다. 일본기념일협회에 따르면 2019년 핼러윈 시장규모는 1155억엔(약 1조1145억원)이었다. 밸런타인데이와 어머니 날에 이어 시장규모가 세 번째로 크다.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하기 직전인 2019년 시부야의 중심가 '센터가'에는 1일 10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밤 11시 시점에도 센터가에는 7만명이 핼러윈을 즐겼다.
일본 경시청과 시부야구는 최소한의 인원과 비용으로 이벤트를 효과적으로 통제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 경시청이 매년 투입하는 경찰관은 100여명 안팎이다. 시부야구가 지난해 핼러윈 경비에 쓴 예산은 1억320만엔이었다. 대신 경시청과 시부야구 모두 사고예방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시부야구는 핼러윈 기간 동안 길거리 음주를 금지하는 조례를 시행한다. 핼러윈 당일인 10월30~31일은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11월1일은 밤 12시~새벽 5시까지 노상음주가 금지된다.핼러윈 당일 뿐 아니라 10월24~29일도 저녁 6~12시까지는 길거리 음주를 금지해 분위기가 미리 가열되는 것을 막는다. 음식점 뿐 아니라 주변 편의점과 백화점, 소매점 등 42개 점포에는 30~31일 저녁 5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주류 판매 자제를 요청한다.
시부야역 주변 지역은 차량 운행이 전면 중지되고 나머지 도로는 일방통행으로 전환한다. 보행자 전용도로로 지정되는 센터가 일대에는 10개 이상의 임시 감시탑을 설치해 인파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이동하도록 유도한다. 감시탑 위에서 확성기를 들었다고 해서 'DJ 폴리스'라고 불리는 경찰관들이 "한 자리에 멈추지 말고 계속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를 끊임없이 반복한다.나머지 경찰관들은 바리케이트를 쳐서 통행의 방향을 유도하거나 파란불이 바뀌고 나서야 횡단보도를 건너도록 유도한다. 인파가 갑자기 뒤섞여서 압사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일본 역시 올해 핼러윈은 3년 만에 처음으로 외출 자제 조치가 내려지지 않은채 치러진다. 이달 초부터 입국규제를 해제하면서 외국인 관광객들도 몰릴 전망이어서 경시청과 시부야구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여기에 이태원 참사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오는 31일 핼러윈 당일 경계태세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경시청은 토요일인 29일과 핼러윈 당일인 31일 최대 인파가 몰릴 것으로 보고 투입 경찰관을 350명까지 늘리기로 했다. 시부야구도 30~31일은 민간 경비회사 직원 100명을 추가로 투입하기로 했다. 시부야구 직원들은 지난 24일부터 3인 1조로 노상음주 자제를 요청하는 순찰을 돌고 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