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 남양주시와 함께 불암산성 국가문화재로 지정 추진

서울 노원구와 경기도 남양주시가 불암산성을 국가문화재로의 지정을 추진한다고 30일 밝혔다.

노원구와 경기도 남양주시 경계에 위치한 불암산성은 4~6세기 고구려, 백제, 신라가 각축을 벌였던 곳에 위치한 현존하는 유일한 산성이다. 불암산 정상에서 약간 남쪽 해발 420m 주요 등산로에 자리해 있지만 이미 산성의 많은 부분이 붕괴하는 등 방치돼 있어 발굴조사에 어려움을 겪었다.체계적인 산성 정비와 복원을 위해서는 산성이 축성된 시기와 목적, 산성의 성격 등이 먼저 규명돼야 한다. 불암산성은 그 명칭이 고문헌 기록에는 확인되지 않고, 조선시대 지도 일부와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 고언백 장군이 이 산성을 중심으로 항전했다’는 기록만 있어 축조 시기, 목적, 구조, 기능 등을 알기 어려웠었다.

본격 발굴이 시작된 것은 2015년이다. 노원구와 남양주시는 훼손이 진행되고 있는 불암산성의 역사적 가치를 알리고 문화재 지정의 학술적 토대를 마련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조사발굴은 국방문화연구원이 맡았다. 국방문화연구원은 우리나라 관방유적(국경의 방비를 위해 설치한 군사적 목적의 시설) 전담 연구기관인 동시에 불암산성에 대해 가장 많은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지난 7년간 4차에 걸쳐 진행된 발굴 조사를 통해 불암산성은 4세기에서 6,7세기까지 한강일대를 두고 고구려, 신라, 백제 삼국이 각축을 벌였던 곳에 위치한 유일한 산성이라는 불암산성의 문화적 가치가 밝혀졌다.

먼저 일부 고구려 토기를 포함해 6~8세기의 신라 토기들이 발굴됐다. 성벽의 둘레가 230m에 불과해 산성이 아닌 보루로 분류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으나, 성 내부에서 ‘-’자형 구들과 아궁이 등 주거용 난방시설을 확인해 산성으로서의 기능이 입증됐다. 산성과 관련된 부대시설로 성문과 치성, 저장시설인 목곽고, 건물지 등 부대시설도 많은 것도 주목할 만하다.

신라 토기가 대량 출토돼 6세기 중엽 신라에 의해 축조된 테뫼식 석축산성이라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성 축조 양식이 돌을 가늘고 길게 가공해 한단씩 수평을 맞추어 공들여 축조해, 방형 또는 장방형으로 가공한 돌을 사용한 백제의 산성과 차별화되기 때문이다.불암산성은 서울시나 인근 경기도의 삼국시대에 축조된 산성은 아차산 일대의 고구려 보루군들을 제외하면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그 역사적 의의가 크다.

국방문화재연구원과 한국성곽학회는 그동안의 발굴성과를 토대로 지난 20일 노원구청 대강당에서 ‘서울·경기지역 삼국시대 산성과 불암산성’이란 주제로 학술대회를 진행했다. 불암산성의 축조 시기 및 배경을 새롭게 조명하고, 불안산성이 가지는 역사학적인 가치를 재정립함으로써 국가 사적으로 지정‧보존해야 할 당위성을 도출하기 위해서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불암산성 발굴조사 성과보고’ (국방문화재연구원 노재헌 연구원) △‘서울·경기 지역의 삼국시대 산성과 불암산성’ (중부고고학연구소 안성현 연구원) △‘불암산성의 보존·활용방안’(공주대학교 서정석 교수) 등의 발표가 이뤄졌다. 발표 후에는 ‘불암산성의 역사적 가치와 보존방안 등’에 대한 심도 깊은 토론이 이뤄졌다. 불암산성 발굴의 일련 과정은 종합 정비계획 수립 후 지표조사와 시굴조사, 4회에 걸친 발굴조사(4회)와 학술세미나 등 문화재청이 규정하고 있는 절차와 단계를 철저히 준수했다는 점에서 산성발굴의 모범적인 모델을 구축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날 학술대회 발표자로 참석한 서정석 공주대 교수는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는 구간의 경우, 복원이라는 미명하에 손상시킬 것이 아니라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며 불암산성의 복원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현재 불암산성은 서울특별시시기념물 제32호, 경기도기념물 제221호로 지정돼 있다. 노원구와 남양주시는 불암산성의 문화적 가치를 고려할 때 국가문화재(사적)로 등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절차를 추진중이다. 이재 국방문화재연구원 원장은 “지난 5년간 노원구와 남양주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에 무사히 시굴‧발굴조사를 완료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노원구와 남양주시와 협력해 불암산성이 국가문화재로 지정될 수 있도록 학술적인 부분을 보충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