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中 탈출하자"…심상치 않은 '차이나런'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시진핑 '영수' 지위 등극
공동부유 목표 앞세워
계획경제로 전환 가속

미국 비롯한 서방 측
"中 투자매력 줄 것"
IMF도 中성장률 하향

韓정부, 中·홍콩 진출한
한국기업 '출구' 마련을
제20차 공산당대회를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영수’ 지위에 등극했다. 공산당 주도 영수 체제는 사실상 시진핑 독주의 절대군주제를 뜻한다. 이는 미국 언론들이 영수를 정상(summit)이 아니라 ‘위대한 통치자(great emperor)’라고 표기하는 데서 드러난다.

영수 체제는 기존 통치권자를 인정하지 않는 데서 출발한다. 2021년 공산당 선언 100주년을 맞아 ‘샤오캉’과 ‘일국일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반성 때문이다. 공산당대회 기간에 시진핑 직전 통치권자인 후진타오가 끌려 나간 것도 상징적이다. 전임자를 중시하는 중국의 관시문화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시진핑 독주 영수 체제에서는 공산당 목표부터 수정된다. 대내 목표인 샤오캉을 ‘공동부유’로, 대외 목표는 일국일제를 조기에 완성하고 중국 중심의 질서인 ‘팍스시니카’ 야망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종전과 달리 목표 시한을 정하지 않은 데 대해서도 시진핑의 종신 집권 야망이 숨겨져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우선 과제인 공동부유를 실천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일환으로 고성장기 기득권층과 반시진핑 세력의 숙청작업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해 3월 양회 이후 추진해온 부정부패 척결, 테크래시, 코인 등을 통한 불법 자금 거래 금지, 부동산 거품 제거, 미국 유학 금지 등은 더 강력히 추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경제 운용계획도 180도 바뀐다. 고도성장기의 한 축이던 ‘시장경제’는 ‘계획경제’로, ‘개방경제’는 ‘폐쇄경제’로 환원된다. 신경제운영계획을 추진하기 위해 리커창 류허 이강 등 미국 유학파들이 퇴진하고, 리창 허리펑을 쌍두마차로 하는 국내파들로 경제사령탑이 교체된다. 한마디로 ‘리커노믹스’에서 ‘시지노믹스’로 대체해 경제 분야까지 장악한다는 의도다.

대외적으로는 위안화 결제망 확대와 디지털위안화의 기축통화 계획 참여를 유도하는 방향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 부문 패권이 미국과의 경쟁에서 열쇠를 쥐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홍콩 예속화 작업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달러 페그제 등 남아 있는 특별경제지위를 박탈해 완전히 중국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의 충돌뿐만 아니라 홍콩 대탈출, 즉 헥시트(홍콩+엑시트) 현상이 심화해 ‘공동화’라는 새로운 문제가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시진핑 영수 체제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반응은 의외로 빠르다.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인 뱅크런과 마찬가지로 “일단 중국을 탈출하고 보자”는 차이나런 현상이 심상치 않다. 1978년 개방을 추진한 이후 ‘세계의 공장’으로 불릴 만큼 기업과 자금, 사람을 끌어들이던 중국의 투자 매력이 낮아질 것이라는 위기감에서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차이나런 현상이 오래갈 것으로 보고 내년을 포함해 상당 기간 중국의 성장률을 크게 낮춰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화가 급진전하기 시작한 1990년 이후 성장률 개념의 국내총생산(GDP)에는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이 생산한 부가가치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시진핑 정부도 이 점을 크게 의식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목표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한 것에 개의치 않고 앞으로는 제시하지 않거나 특정 기간 성장률 평균 목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 대신 경제정책의 최우선순위를 시진핑 영수 체제 조기 정착에 둔다는 방침이다.화인(華人)경제권에 속한 국가를 제외하고 시진핑의 영수 등극 등 중국의 변화에 가장 늦게 대처하는 국가가 한국이다. ‘안미경중(安美經中)’을 고집한 문재인 정부의 대외정책에다 ‘어떻게 되겠지’하는 한국 특유의 고질병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홍콩에 진출하려는 한국 금융사도 있다.

늦었다 하더라도 시진핑 영수 체제 이후 급변할 투자 환경에 대처해 나가야 한다. 새 정부는 급하게 미국에 달려가는 대외정책보다 중국과의 균형을 유지해 중국과 홍콩에 진출한 우리 기업과 금융사가 출구전략을 마련하고 사업 재편 등을 순조롭게 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마련해줘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