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속도 조절은 이렇게" 파월은 이미 마음을 정했다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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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인플레에도 중간선거가 금리인상 변수될 듯 / 美증시 주간전망모든 게 그의 입에 달렸습니다. 오는 1~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투자자들은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한 마디를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하겠다"는 직접적인 발언은 아니더라도 "금리 인상에 대한 피로감을 알고 있다"든지 "긴축으로 인한 고통을 보고 있다" 같은 간접적인 언급이라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은 여전하고 지금 물가를 잡지 않으면 더 큰 고통을 기다리고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다시 일촉즉발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안정세를 보인 유가도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노동시장도 여전히 Fed가 금리를 더 올려도 된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보자면 노동시장이 강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파이터의 면모를 보이는 게 맞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11월 FOMC가 미국 중간선거 직전에 있다는 점입니다. 파월 의장이 FOMC에서 한 쪽으로 치우친 발언을 한다면 자칫 초경합 양상을 보이고 있는 중간선거 결과를 뒤흔들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FOMC와 미국 중간선거를 중심으로 이번주 글로벌 주요 증시 일정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인플레와 노동시장만 보자면 "피봇은 없다"
Fed의 양대 책무는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입니다. 고용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입니다.그런 점에서 Fed의 갈 길은 정해져 있습니다. 지금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40년만의 최고치입니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여전히 8%대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에너지와 음식물을 뺀 근원 CPI는 6%대에서 끈적끈적하게 버티면서 최근엔 오히려 오르고 있습니다. 세계적 인플레의 바로미터가 된 우크라이나 전황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계속되고 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가스 공급이 줄어 추운 겨울이 될 것이란 점은 상수가 됐습니다. 여기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까지 다시 막고 있습니다.이 때문에 미국의 물가 전망도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클리블랜드 연방은행이 집계하는 인플레이션 예측 시스템인 인플레이션 나우캐스팅은 10월 CPI 상승률을 전년 동기 대비 8.11%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8.2%였던 9월에서 거의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10월 근원 CPI도 6.58%로 6.6%였던 9월과 거의 같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노동시장은 아직까지 탄탄하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경기후행지표이기는 하지만 고용지표는 여전히 괜찮습니다. FOMC 이틀 뒤인 4일에 10월 고용보고서가 나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전문가 패널이 예상한 10월 실업률은 3.6%입니다. 전달의 3.5%에서 소폭 오르는 정도입니다. 10월 비농업 신규 고용도 22만5000 명으로 전달의 26만3000명보다 약간 줄어들었을 것으로 예상하는 정도입니다.성장률은 3분기에 2.6%를 기록하며 세 분기만에 플러스로 전환했습니다.
앞으로 많은 변화가 있겠지만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애틀랜타연방은행의 GDP나우는 4분기에도 3.1%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Fed의 양대 책무를 중심으로 보자면 파월의 마음은 진작에 정해져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11월에 75bp를 올리고 향후 금리인상 속도 조절 얘기에는 신중을 기하는 게 원칙론적 얘기입니다.
중간선거 앞두고 "금리인상 멈춰" 요구 봇물
파월이 아무리 세계 경제 대통령이라고 하지만 미국의 정치적 환경 앞에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미국의 중간선거는 경합 양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마음 같아선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도 '블루 스윕'을 이어가고 싶겠지만 가능성이 낮아졌습니다. 공화당은 선거 초반만 해도 '레드 스윕'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장담했지만 호락하지 않습니다.
현재 판세로는 하원은 공화당이 가져갈 가능성이 높지만 상원은 예측 불가입니다. 최근까진 민주당의 백중우세나 50대50으로 현상유지 정도로 점쳐졌지만 현재는 그 마저도 자신할 수 없습니다.조지아주와 네바다주, 펜실베이니아주, 애리조나주, 오하이오주 등 5대 격전지의 결과에 따라 2024년 대선구도가 어느 한쪽으로 기울 수 있습니다.
이런 피 말리는 시점에 민주당 의원들은 파월에게 경고장을 날리고 있습니다.
셰러드 브라운 상원 은행위원장은 지난 25일에 파월 의장에게 "과도한 금리 인상으로 실업자가 증가할 수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습니다. 우리로 치면 한국은행 담당 상임위원회인 국회 기재위원장이 공개적으로 한은 총재에게 금리를 올리지 말라고 압박을 가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브라운 위원장은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것이 Fed 의장의 일이긴 하지만 동시에 완전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는 Fed 의장의 또 다른 책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통화정책의 과잉 긴축에 따른 실업 증가는 근로자들이 당면한 문제들을 악화시킬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이틀 뒤 존 히켄루퍼 민주당 상원 의원은 한술 더 떴습니다. 지난 대선경선에도 출마한 콜로라도 주지사 출신인 히켄루퍼 의원은 "Fed가 5차례 연속 금리를 인상한 뒤 경제 성장이 저해되고 미국 가정에 피해를 주고 있다"며 "물가가 하락할 수 있는 지금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어리석고 미국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과 로 칸나 민주당 하원의원 등 진보파에 이어 정파적 성향이 작은 의원들까지 파월 의장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침체 예고하는 지표에 흔들리는 Fed
노동시장은 강력하고 성장률은 플러스로 전환됐지만 다른 지표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게 소비입니다. 그동안 소매판매는 성장세를 유지했습니다. 그게 가격이 올라 소비가 증가한 것처럼 보이는 인플레이션의 착시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어찌됐든 2분기까진 안정적인 플러스였습니다.그러다 소매판매는 7월에 전달 대비 -0.4%로 떨어진 뒤 다음달 0.4%로 회복했지만 지난달 0%로 줄었습니다. 그리고 기업들의 실적입니다. 빅테크를 중심으로 기업들의 실적은 급락 추세입니다. 경기침체 전조로도 읽히고 Fed의 과도한 금리인상으로 인한 강달러 후유증이라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뉴욕증시 상장사들의 올 3분기 순이익이 강달러로 인해 예상치보다 100억달러(14조3000억원) 가량 줄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주요국 통화대비 미 달러화 가치는 17% 연초 대비 급등했습니다. 해외에서 현지 통화로 벌어들이는 수익을 미 달러화로 환산할 경우 17% 가량 쪼그라든다는 얘기입니다.
Fed는 그동안 미국 인플레에만 집중하지 다른 나라 사정을 고려할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자국의 기업들이 피해를 보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파월, 고도의 정치적 결정 내리나
유럽은 미국보다 상황이 더 나쁩니다. 인플레이션은은 더 심하고 성장률 하락세는 기정사실이 되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유럽연합(EU)의 10월 물가상승률과 3분기 성장률이 31일 동시에 발표됩니다. 9월에 9.9%였던 인플레이션은 10월에 10.1%로 뛰어오른다는 게 컨센서스입니다. 성장률도 2분기 4.1%에서 2.1%로 쪼그라들 것으로 시장에선 내다보고 있습니다.결국 인플레이션은 사상 최고치를 재차 뚫고 성장률은 반토막나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공산이 큽니다. 결국 유럽도 미국 못지 않게 깊은 고민에 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가를 잡으려면 성장률이 떨어질 각오를 해야합니다. 그렇다고 성장률 걱정하면 살인적인 인플레를 더 키울 수 있습니다. 경착륙 가능성이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비슷한 입장인 영국(3일)과 호주(1일)도 FOMC 하루 전후로 금리를 결정합니다. 시장에선 리시 수낵 총리 취임이후 혼란스러운 영국의 정책 변화에 주목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파월은 어떤 결정을 할까요. 유럽보다 상황이 더 나으니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한다는 원칙적인 결정을 내릴까요. 아니면 인플레이션 못지 않게 고용이나 경제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할까요. 이도 저도 아니면 열린 결말로 끝이 날까요.
결국 공화당원 출신으로 민주당 정권에서 Fed 의장을 연임하고 있는 파월은 고도의 정치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본인도 Fed도 시장도 정치도 모두 덜 다치는 쪽으로 하는 게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가장 안전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