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지원금 지급에 붙붙은 '찬반 논쟁' [이슈+]

정부 "사망자에게 장례비·이송 비용 지급"
특별재난지역 선포…사망·실종 1인당 2000만원

"대형 참사 지원 필요" vs "순직한 것도 아닌데"
서울경찰청 수사본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31일 오후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에서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정부가 이태원 참사 사고 사망자에게 장례비 등 지원금을 지급한다고 밝히면서 국민들 사이에서 거센 찬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대형 참사로 인해 서울시 용산구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만큼, 법에 따라 지원이 이뤄지는 게 합당하다는 의견과 국가를 위해 순직한 것도 아닌데, 나라의 세금이 쓰이는 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태원 사고 관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열고 이태원 사고 관련 사망자에게 장례비를 최대 1500만 원까지 지급하고 이송 비용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피해자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정부는 유가족과 지자체 전담 공무원 간 일대일(1:1) 매칭을 통해 필요한 지원을 하기로 했다. 전국 31개 장례식장에도 공무원을 파견해 원활한 장례를 도울 예정이다. 부상자에 대해서는 실 치료비는 건강보험재정으로 우선 대납하고, 중상자는 전담 공무원을 일대일 매칭해 집중 관리할 방침이다. 이 밖에도 유가족, 부상자 등에 대해서는 구호금과 함께 세금, 통신 요금 등을 감면하거나 납부를 유예하기로 했다.

또 정부는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날 긴급대책회의를 마친 뒤 "정부는 서울시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사망자 유족과 부상자에 대한 지원금 등 필요한 지원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수의 외국인 사상자도 발생한 가운데,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외국인 사상자도 우리 국민에 준해서 가능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검토 중"이라고 했다.

행안부 소관 '사회재난 구호 및 복구 비용 부담기준 등에 관한 규정' 및 '사회재난 생활 안정 지원 항목별 단가'에 따르면 정부는 사망·실종한 사람의 유족과 부상자에게 구호금을 지원할 수 있다. 사망·실종자의 경우 세대주와 세대원 관계없이 1인당 2000만 원을 지급한다. 또 부상자의 경우 장애 정도에 따라 500~1000만 원을 지원한다. 이번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 규모는 이날 오후 기준 사망자 154명, 부상자 149명이다. 부상자 중에선 중상자 33명, 경상자 116명이다.
사진=블라인드
정부의 지원 대책이 발표되면서 온라인상에서는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직장인들이 이용하는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진행된 설문조사(351명 참여)에서 95.4%(335명)는 지원금 지급이 부당하다는 데, 4.6%(16명)는 적절하다는 데 투표했다.

이 설문조사를 올린 네티즌은 "죽은 건 안타깝지만, 이런 식이면 계곡에 물놀이를 갔다가 죽은 사람들도 지원금을 줘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군 복무 중 다쳐 수술을 하고 전역했다는 한 네티즌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참 안타까운 일이지만, 나라 지키다가 화포 고장으로 팔이 부러져 철심만 12개 박아놓은 나는 1년 뒤 철심 제거할 때 그 수술비 온전히 내가 다 감당해야 했다. 지원은 하나도 받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반면 "하루아침에 한자리에서 150명 넘게 사망했고, 긴급한 상황에 따라 대통령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것"이라며 "이태원에 있던 사람들은 놀러 나갔던 사람이라서 안 주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모든 사고는 다 예기치 못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아울러 "고인들이 안전 수칙을 어기고 일부러 남을 밀다가 죽은 것이냐"며 "그 사람들은 즐기고 싶어서 그곳에 갔을 뿐이다. 예상을 뛰어넘게 인원이 많았기 때문에 사고가 난 것"이라는 반응도 나왔다.한편, 이번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사회재난으로는 11번째다. 앞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2003년 대구 지하철 방화 사건, 2007년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 유출 사고, 2012년 휴브글로벌 불산누출 사고,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 2020년 코로나19 사태 때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됐다.

역대 지원금 지급 규모를 보면 세월호 침몰 사고의 경우 초기 당시 피해 가족생활 안정 자금으로 443가구에 9억9100만 원, 긴급복지 지원금 400가구에 11억5400만 원, 특별 휴직·휴업 지원금 639명 15억200만 원, 특별 취업 성공 패키지 지원금 258명 1억7000만 원 등이 지원된 바 있다.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됐던 전남 진도 주민에게는 생활 안정 지원금으로 1190가구에 10억1500만 원, 어가 특별영어자금으로 507어가에 147억2300만 원이 집행됐다.

또 이태원 참사와 같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대규모 인명 피해를 초래한 대표적인 참사로 꼽히는 성수대교 붕괴 사고(1994년 10월 21일) 때는 사망자에게 손해배상금 1억2200만 원과 특별위로금 1억5000만 원(지자체 예산)을 지급했다. 대구 지하철 방화 사건 당시에는 사망자에게 배상금 평균 2억5000만 원, 특별위로금 2억2000만 원(국민 성금)이 전달됐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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