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폐기물의 숨은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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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레터]올해 초 블룸버그 그린의 환경 전문 기자들이 흥미로운 실험을 했습니다. 영국 대형 슈퍼 체인 매장에 설치된 플라스틱 재활용 수거함에 소형 위치 추적기를 담은 비닐백을 넣어 이동 경로를 추적한 것입니다. 슈퍼 체인 업체의 캠페인 광고대로 재활용이 이루어지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영국의 런던에서 출발해 네덜란드와 독일, 폴란드를 거쳐 튀르키예 남부에 이르는 2000마일(약 321만8600m)에 걸친 비닐백의 여정은 플라스틱 재활용의 충격적 현실을 보여주었습니다. 영국 슈퍼 체인은 수집한 플라스틱을 직접 재활용하는 대신 제3자에게 처리를 위탁했습니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넘겨받은 이 업체는 또 다른 폐기물 중개업체에 이를 판매합니다. 이런 식으로 여러 나라 중개업자의 손을 거치면서 일부는 실제로 재활용되지만, 상당수는 시멘트 공장에 원료로 판매돼 소각로에서 태워지고 가난한 나라로 흘러들어가 불법 매립지에 버려졌습니다. 캠페인 취지는 사라지고 책임 전가만 남은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를까요. 우리나라는 재활용 분리수거 참여 열기가 매우 높은 편에 속합니다. 2020년 기준 재활용 분리수거율이 70%에 이릅니다. 많은 이가 투명 페트병을 분리배출하려고 라벨을 떼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수거한 투명 페트병은 운송 차량에서 곧바로 다른 플라스틱과 뒤섞여 압착되고 맙니다.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제도가 무색한 것입니다. 폐기물 처리업체 중 투명 페트병 선별 시설을 갖춘 곳은 17%에 불과합니다.
기대와 달리 플라스틱은 실제로 재활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오염이 심해 재활용되는 것은 아주 소량에 불과하고, 대부분 소각되거나 매립됩니다. 소각은 최악의 처리 방법으로 불립니다. 화석연료 부산물로 만든 플라스틱을 소각하는 것은 기후에 원유를 태우는 것과 유사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플라스틱은 분자 간 결합이 튼튼해 미생물이 침투할 여지가 없어 썩지도 않습니다. 매립 역시 임시방편에 불과합니다.전문가들은 화학적 재활용에 주목합니다. 폐플라스틱을 녹여 원재료 상태인 단위체로 만드는 방식입니다. 품질 저하가 없고 오염 등으로 재활용이 불가능한 소재에도 적용할 수 있는 이상적인 해법입니다. 문제는 아직 경제성이 낮고 처리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상당량 배출한다는 것입니다. 더 많은 기술적 개선이 필요합니다.
고전적 수요·공급 곡선으로 보면 플라스틱 쓰레기는 공급은 무한하고 수요는 음수인 그래프에 해당합니다. 분명한 점은 아무도 만지고 싶어 하지 않는 폐기물을 처리하려면 누군가는 비용과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손쉬운 해법은 없습니다.
장승규 〈한경ESG〉 편집장 skjang@hankyung.com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를까요. 우리나라는 재활용 분리수거 참여 열기가 매우 높은 편에 속합니다. 2020년 기준 재활용 분리수거율이 70%에 이릅니다. 많은 이가 투명 페트병을 분리배출하려고 라벨을 떼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수거한 투명 페트병은 운송 차량에서 곧바로 다른 플라스틱과 뒤섞여 압착되고 맙니다.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제도가 무색한 것입니다. 폐기물 처리업체 중 투명 페트병 선별 시설을 갖춘 곳은 17%에 불과합니다.
기대와 달리 플라스틱은 실제로 재활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오염이 심해 재활용되는 것은 아주 소량에 불과하고, 대부분 소각되거나 매립됩니다. 소각은 최악의 처리 방법으로 불립니다. 화석연료 부산물로 만든 플라스틱을 소각하는 것은 기후에 원유를 태우는 것과 유사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플라스틱은 분자 간 결합이 튼튼해 미생물이 침투할 여지가 없어 썩지도 않습니다. 매립 역시 임시방편에 불과합니다.전문가들은 화학적 재활용에 주목합니다. 폐플라스틱을 녹여 원재료 상태인 단위체로 만드는 방식입니다. 품질 저하가 없고 오염 등으로 재활용이 불가능한 소재에도 적용할 수 있는 이상적인 해법입니다. 문제는 아직 경제성이 낮고 처리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상당량 배출한다는 것입니다. 더 많은 기술적 개선이 필요합니다.
고전적 수요·공급 곡선으로 보면 플라스틱 쓰레기는 공급은 무한하고 수요는 음수인 그래프에 해당합니다. 분명한 점은 아무도 만지고 싶어 하지 않는 폐기물을 처리하려면 누군가는 비용과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손쉬운 해법은 없습니다.
장승규 〈한경ESG〉 편집장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