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냉각기…세종·인천도 규제 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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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추가 규제완화 가능성정부가 이달 세종, 인천, 수도권 외곽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깊어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수요가 큰 지역의 규제 족쇄를 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세종·인천 집값 하락 1·2위
의정부·화성·김포·오산 등
수도권 외곽도 규제 완화될 듯
전문가 "급매는 해소 되겠지만
매수세 회복에는 한계 보일 것"
세종·수도권 외곽 등 규제지역 풀리나
31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11월 중순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지방에서 유일하게 규제지역으로 묶여 있는 세종과 인천, 수도권 외곽 지역 일부를 규제지역에서 해제할 전망이다.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1~8월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5.16% 떨어졌다. 8개월 누적 기준으로 종전 최대 낙폭을 기록한 2010년(-1.71%)의 3배에 달한다. 전국 17개 시·도에서 실거래가 하락률이 가장 큰 지역은 세종(-16.1%)이고 인천(-9.3%)이 뒤를 잇고 있다.
세종은 ‘행정수도 완성론’에 힘입어 한때 전국 집값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2020년엔 아파트 매매 가격 최고 상승률이 45%에 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지부진한 이전 속도에 가파른 금리 인상 여파까지 덮치면서 올 들어 전국에서 집값 하락세가 가장 가파르다. 지난 9월 세종 아파트값 하락률(전월 대비)은 1.66%로 올 하반기 들어서도 매월 낙폭을 키워가고 있다.인천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까지 부동산시장이 활황을 띠면서 송도신도시와 인근 지역의 가격이 빠르게 뛰었다. 하지만 올 들어선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아 가격 하락폭이 수도권에서도 두드러졌다.
국토부는 지난 9월 말 조정대상지역 101곳 중 41곳, 투기과열지구 43곳 중 4곳을 해제했다. 서울·수도권 주요 지역과 인천·세종만 규제지역으로 남아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연내 세종이나 수도권까지 규제 해제 대상으로 고려하지 않았지만 주택시장 침체가 실물 경기로까지 번지는 모습을 보이자 좀 더 광범위한 규제 해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규제지역에서 벗어나면 대출 규제에서 자유로워질 뿐만 아니라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 중과 등 각종 세금 부담도 줄어든다. 주택 분양권 거래도 쉬워진다. 전매 금지나 청약 재당첨 제한 등이 없어지고, 주택 취득 때 부여하던 자금조달계획 신고 의무도 사라진다.
“거래엔 숨통…매수세 회복엔 한계”
세종과 인천 이외에도 수도권에서 집값 하락세가 뚜렷한 외곽부터 규제지역에서 풀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화성, 오산, 의정부 등이 규제지역 해제가 유력한 곳으로 지목된다. 올 들어 9월까지 경기 지역 아파트값 하락률을 보면 화성(-5.93%), 시흥(-5.48%), 오산(-5.37%), 의왕(-4.89%), 광명(-4.13%), 수원(-3.96%), 광주(-3.27%), 의정부(-3.04%) 등이 두드러진다. 이 가운데 화성, 의정부 등은 경기 규제지역 중에서도 미분양이 빠르게 쌓이고 있는 곳이다.규제지역 지정·해제 여부는 직전 3개월 집값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1.3배(조정대상지역) 초과 여부, 청약 경쟁률 등에 따라 결정된다. 주택시장이 침체를 겪으면서 전국 대부분 지역이 이미 해제 요건을 갖췄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집값 하락세와 주택 거래량 변화, 미분양 상황 등을 종합 고려해 규제 해제 지역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재건축 규제 완화 영향으로 집값 상승 가능성이 여전한 서울과 서울 인접 지역은 이번 규제 해제 조치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시장 냉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정부도 바로 서울까지 건드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연이은 규제지역 해제 조치가 주택 거래에 숨통을 트일 순 있지만 대출금리가 치솟고 있는 만큼 눈에 띄는 매수세 회복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