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사운드' 하모니…빈필 간판스타 총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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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필하모닉 내한공연불가리아 국민 바이올리니스트’ 알베나 다나일로바(47), ‘차세대 클라리넷 거장’ 다니엘 오텐자머(36), ‘빈 호른의 대가’ 롤란트 야네직(54)….
3,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휘 거장' 프란츠 벨저-뫼스트
베테랑 등 95명과 환상의 호흡
빈필 첫 여성 악장 다나일로바
"나의 주법, 빈필의 이상과 맞아"
목관 수석 '젊은 스타' 오텐자머
뮐러·쉬츠·브라이트 등과 앙상블
'황금빛 사운드 핵심' 빈 호른은
30년간 수석 맡은 야네직 연주
한국 유망주들 교육 시간도 가져
'이태원 참사' 추모곡도 연주키로
세계 최정상 관현악단인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빈필)의 ‘간판스타’들이 대거 한국을 찾는다. 이들은 오스트리아 지휘 거장 프란츠 벨저-뫼스트와 함께 오는 3일과 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31일 내한 공연 주관사 WCN에 따르면 빈필은 전체 135명 단원 가운데 95명의 연주자로 투어 팀을 꾸렸다. 2017년부터 단원 대표를 맡고 있는 다니엘 프로샤우어 제1 바이올린 수석(57)을 비롯해 타마스 바르가(첼로·53), 카를아인즈 쉬츠(플루트·47), 하랄트 뮐러(바순·57), 마르틴 뮐펠너(트럼펫·50), 디트마르 퀴블뵈크(트롬본·59) 등 각 파트의 대표 연주자가 투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바그너의 ‘파르지팔’ 전주곡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죽음과 변용’과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 브람스의 ‘비극적 서곡’과 교향곡 3번 등 이번 내한 공연에서 연주할 작품에 맞는 최상의 연주자들로 구성했다는 게 WCN의 설명이다.
‘빈필 최초 여성 악장’ 첫 내한
2011년 빈필은 오랜 전통을 깨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1842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여성 악장을 임명한 것이다. 주인공은 당시 36세였던 불가리아 소피아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알베나 다나일로바다. 다나일로바는 2008년 빈필 악장이 되기 위한 필수 코스인 빈 슈타츠오퍼(국립오페라극장) 오케스트라 악장에 치열한 오디션을 거쳐 여성 최초로 선발됐다. 탁월한 연주력과 리더십으로 ‘3년의 수습 관문’을 통과했다. 불가리아에서 ‘국민 바이올리니스트’로 불릴 정도로 유명했던 그는 당시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나의 주법이나 소리가 빈필이 요구하는 이상에 가까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이후 기존의 쟁쟁한 ‘남성 악장’인 라이너 호넥, 폴크하르트 스토이데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11년째 악장으로 활약해온 다나일로바가 이번 투어 팀을 이끈다. 빈필 내한 공연 역사상 여성이 악장 자리에 앉는 것은 처음이다. 이번 공연의 레퍼토리에 악장이 연주해야 하는 바이올린 독주부가 많아 뛰어난 독주 실력을 갖춘 다나일로바가 어떤 연주를 들려줄지 관심을 끈다.저음현 파트는 헝가리 첼리스트 타마스 바르가가 이끈다. 2001년부터 첼로 수석을 맡고 있는 바르가는 그동안 독주자로서 빈필과 빼어난 협연 무대를 선보여 왔다. 특히 2019년 안드리스 넬슨스 지휘로 피아노 거장 루돌프 부흐빈더, 악장 다나일로바와 함께 베토벤 삼중 협주곡을 연주해 호평받았다.
‘황금빛 사운드’ 베테랑 총출동
10년차 클라리넷 수석인 다니엘 오텐자머는 활발한 독주와 실내악 활동으로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스타 연주자다. 2018년 내한 공연에서 큰 호응을 얻은 실내악단 필하모닉스의 리더로도 유명하다. 오스트리아 클라리넷 명가 출신으로 아버지인 에른스트 오텐자머(1955~2017)는 빈필 클라리넷 수석으로 30여 년간 활동했고, 동생인 안드레아스 오텐자머(33)는 베를린 필하모닉 클라리넷 수석을 맡고 있다. 그와 함께 관록의 바수니스트 하랄트 뮐러와 플루티스트 카를아인즈 쉬츠, 신예 오보이스트 세바스찬 브라이트(24) 등 ‘빈 태생 목관 수석 4인방’이 이번 내한 공연에서도 호흡을 맞춘다.바그너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웅장하고 화려한 금관 사운드는 오스트리아 출신 베테랑 수석들이 책임진다. 빈필 고유의 음색을 일컫는 ‘황금빛 사운드’를 내는 핵심 악기 중 하나가 ‘빈 호른’이다. 일반적인 현대식 호른에 비해 연주하기 까다로운 반면 음역이 넓고 음향이 풍부한 게 장점이다.롤란트 야네직은 1992년부터 빈필의 전설적인 호른 수석 롤랑 베르거의 뒤를 이어 30년째 빈 호른을 불고 있다. 독주자로서 빈필과 다수의 협주곡도 녹음했다. 1997년 지휘자 앙드레 프레빈과 작업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호른 협주곡 2번은 명반으로 꼽힌다. 마르틴 뮐펠너와 디트마르 퀴블뵈크도 각각 20년 넘게 트럼펫 수석과 트롬본 수석으로서 야네직과 함께 빈필의 금관 파트를 이끌고 있다. 둘 다 빈 국립음대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이들 중 악장 다나일로바와 첼로 수석 바르가, 트롬본 수석 퀴블뵈크는 이번 내한 공연 기간에 한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마스터클래스를 연다. 3일 오전 10시부터 현대차 정몽구 재단이 후원하는 유망주를 두 명씩 지도한다.한편 빈필하모닉 연주자들은 3일과 4일 공연에 앞서 1분간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위한 묵념을 할 예정이다. 앙코르곡도 당초 준비했던 요한 슈트라우스의 흥겨운 왈츠와 폴카 대신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추모곡을 연주하기로 했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