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아이 낳는 게 고난의 행군 안 되려면…출산·육아수당 통합 지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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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드는 인구, 소멸하는 한국“찔끔씩 나눠주는 출산·보육·육아 관련 수당을 통폐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아이를 낳으면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생활이 안정된다는 인식을 확실히 느끼도록 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나경원 저출산委 부위원장 인터뷰
만난 사람=박준동 부국장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사진)은 지난 28일 저출산 극복 관련 정책으로 이 같은 계획을 내놨다. “출생아와 산모 등을 위해 각종 지원책이 있지만 종류가 너무 많고 개별 금액이 적어 체감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각종 수당을 합산해 지급함으로써 정부가 책임진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부위원장을 박준동 한국경제신문 부국장 겸 정책에디터가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만났다. 나 부위원장은 17·18·19·20대 국회의원을 역임했으며, 20대 국회 저출산고령화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지난해 총인구가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이른바 데드크로스가 발생했죠. 2000년대 이후 출생아는 40만 명대로 직전 60만 명대에 비해 적습니다. 60만 명이 부모가 되는 요즘 몇 년 동안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출산율을 높이는 것은 기본이겠죠. 더불어 고령층이 경제적·생물학적으로 건강하도록 해주는 것이 정책의 핵심이 돼야 합니다.”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요.“사회적·문화적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그걸 위해 디테일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결혼 제도와 관련해 법률혼보다 중간적 제도인 등록혼을 도입하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프랑스가 등록혼을 도입한 이후 출산율이 높아지기도 했습니다. 아이를 많이 낳는 경우 병역을 면제해주자는 아이디어도 있습니다. 해외 우수 인력 유입 등 이민 확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합니다. 물론 이런 것이 한국에 맞는지에 대해선 여론 수렴이 필요합니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가 많습니다.”
▷정부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찔끔씩 주고 있는 각종 수당을 전부 합산하고, 혜택이 부족하다면 더 파격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공주택 우선권을 더 준다든지, 민간에서 취업 우선권을 준다든지 하는 것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습니다.”▷육아휴직제도를 더 내실화해야 한다는 진단도 있습니다.
“육아휴직은 대기업에선 부모가 모두 쓰는 경우가 많지만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아버지가 사용하는 사례가 거의 없습니다. 중소기업들은 대체 근무할 근로자를 구하지 못한다고 얘기합니다. 유급 급여를 보전해주는 것을 넘어 인센티브를 줘야 합니다.”
▷위원회 조직을 개편할 계획인가요.“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할 때부터 복지 차원에서 접근하도록 구성됐습니다. 현재 7개 부처(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교육부,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국토교통부) 장관만 정부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다뤄야 할 문제가 단순한 복지 차원의 접근인 것은 아닙니다. 법을 바꾸고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민과 관련된 법무부, 병역자원을 담당하는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금융위원회 등도 참여하도록 해야 합니다.”
▷위원장인 대통령의 관심이 그간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권마다 대통령이 한 번씩 참석한 정도에 그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정권에서는 참석 횟수를 늘리려고 합니다. 올해 윤석열 대통령 주관으로 첫 회의를 할 것입니다. 윤 대통령은 저를 임명할 때도 ‘위원회가 집행기구처럼 일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위원회는 사실 심의기구인데, 정책결정을 하고, 바로 실행되게 하라는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권 도전 여부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저출산고령사회라는 굉장히 중요한 아젠다를 다루는 데 역량을 집중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자리가 비상근이라 당직을 버릴 필요가 없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만약 당 대표가 되면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더 잘 대처할 수 있는 측면도 있고요. 정치가 잘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습니다.”
정리=강진규/양길성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