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됐던 회사 관련법 단일화, 논의 재점화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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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연구용역 입찰 공고법무부가 여러 법에 흩어진 회사 관련 법을 단일화하는 방안을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다. 법 제정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공고함으로써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으는 중이다.
전문가들 의견 모아 검토 나설듯
재계 "규제 강화땐 논의 어려워"
과거 여러 차례 논의됐다가 무산된 단일 회사법 제정 움직임에 다시 불을 붙일지 관심이 쏠린다.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최근 ‘단일 회사법 제정을 중심으로 한 회사 관련 법제 개선 방안’의 연구용역 입찰을 공고했다. 법무부는 이날까지 가격입찰서와 제안서를 신청받고, 평가를 거쳐 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법무부가 연구용역을 맡기려는 단일 회사법 제정 방안은 현재 상법과 자본시장법, 공정거래법 등 여러 종류의 법에 흩어진 회사 관련 법을 한데 모아 별도 법안으로 만드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외국의 단일 회사법 체계 △상장회사 특례 규정이 상법과 자본시장법에 나눠지게 된 배경 △경제법령상 회사 관련 법제의 산재 현황 △상장회사에 적용되는 별도 특별법 제정의 타당성 등을 연구 대상으로 지정해놨다.
회사법 단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기업 경영과 관련된 규정이 여러 법에 뿔뿔이 흩어져 있다 보니, 기업들이 각종 법률 현황을 확인하는 데 적잖은 불편함을 느끼고 있어서다. 예컨대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한 내용은 주로 상법이나 공정거래법을 봐야 한다. 재무구조 및 자금 조달 부문은 자본시장법, 외부감사에 대한 내용은 외부감사법에 규정돼 있다. 벤처 투자를 하는 기업은 벤처기업법도 확인해야 한다. 법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 역시 법무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등 다양하게 나뉘어 있다. 학계에서도 “회사법이 독립돼 있지 않고 상법을 구성하는 여섯 가지 부문 중 하나에 포함된 데다 상법 회사편 안에서도 기업법 성격의 조문과 증권거래 관련 특례규정이 혼재돼 법체계의 정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법조계에선 법무부가 단일 회사법 제정을 다시 논의할 만한 여건이 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관련 연구용역 의뢰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물적분할에 따른 소액주주 권익 보호, 전자 주주총회 도입 등 회사 관련 입법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회사법 단일화에 대한 의견을 모아볼 분위기는 어느 정도 조성됐다는 평가다.
다만 이번 연구용역 의뢰가 단일 회사법 제정으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 2014년과 2018년 법무부와 중기부가 관련 내용을 추진했지만, 부처 간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없던 일이 됐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감사위원 분리선출 의무화, 최대주주 의결권 3%로 제한(3% 룰) 등 기업들을 옥죄는 법안이 줄줄이 도입되면서 기업과 정부 간 입장차가 더욱 벌어졌다. 경제계 관계자는 “이번에도 규제 강화 쪽에 초점이 맞춰진다면 논의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