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전략 베낀 美 ETF, 변동성 장세에도 '수익률 좋네'

대부분 시장 웃도는 성과 거둬
심플리파이 이자율 헤지 ETF
올들어 89.72% 수익률 기록
채권·선물 ETF도 좋은 성과

절대수익 추구 전략 다시 주목
현 상황에서 수익률에 효과적
미국 ‘헤지펀드 전략 상장지수펀드(ETF)’들이 시장을 웃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절대 수익률을 추구하는 헤지펀드들의 전략을 그대로 복제한 ETF들이다.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높은 현 시점에서 이 상품들의 투자 비중을 높이는 게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금리 헤지·채권 헤지 전략 모두 ‘우수’

게티이미지뱅크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익을 낸 헤지펀드 전략 ETF는 ‘심플리파이 이자율 헤지 ETF’(PFIX)로 89.72%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금리의 변동성이 높아질수록 수익률이 커지는 상품이다. 장외파생상품을 이용해 금리 변동성이 커질수록 수익을 내도록 설계하는 ‘금리 헤지’ 전략을 그대로 복사했다. 같은 원리로 운용되는 ‘GLOBAL X 이자율 헤지 ETF’(IRHG)도 20.78%의 수익을 냈다. 같은 기간 S&P500지수는 20.62% 하락했다.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로 시장 금리가 치솟으면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분석이다. 금리 헤지 전략이 당분간 계속 유효할 수 있다는 게 증권가의 관측이다. 장기 금리의 추가적인 상승과 금리 변동성 확대를 점치는 의견이 여전히 우세하기 때문이다. 다만 파생상품을 활용하는 만큼 리스크가 높아 부분적으로 활용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헤지펀드들의 ‘채권 헤지’ 전략을 따라 한 ETF도 시장 수익률을 웃도는 성과를 냈다. 투기등급(하이일드) 회사채를 사는 동시에 국채에 쇼트 포지션을 취하는 ‘채권 금리 헤지 전략’을 따라 한 ‘프로셰어즈 하이일드-이자율 헤지드 ETF’(HYHG)는 올 들어 -5.03%의 수익률을 냈다. 채권 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하반기 들어서는 6.27%의 플러스 수익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 한국 등 글로벌 채권 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는 양상이라 채권 헤지 전략이 효과를 거둘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퀀트 투자가 돌아왔다

헤지펀드들의 좀 더 복잡한 전략을 따라 한 ETF들도 좋은 성과를 거뒀다. 선물 시장에서 퀀트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내는 ‘iMGP DBi 매니지드 선물 전략 ETF’(DBMF)는 하락장 속에서 독보적인 수익을 냈다. 올 들어 29.8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헤지펀드 시장에서 널리 알려진 ‘CTA(Commodity Trading Advisor) 전략’을 따라 하는 ETF다.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해 주식, 채권, 원자재, 외환 선물시장을 그대로 추종하려고 시도한다. 올해는 주식 쇼트, 채권 쇼트, 원자재 롱 등의 전략으로 높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채권 시장은 대세 하락, 원자재 가격은 대세 상승을 보이면서 수익률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이 ETF에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려 순자산총액이 10억달러(약 1조4245억원)를 돌파하기도 했다.

롱쇼트 전략을 따라 한 ETF들도 시장 수익률을 웃돌았다. ‘AGFiQ US 마켓 뉴트럴 안티-베타 펀드 ETF’(BTAL)는 낮은 변동성 종목에는 롱 포지션, 높은 변동성 종목에는 쇼트 포지션을 취하는 ETF로 16.93%의 수익을 얻었다. 재무구조·독과점력·브랜드가치 등의 기준으로 하이 퀄리티 기업을 선별해 롱 포지션을 취하고, 반대로 로 퀄리티 기업에는 쇼트 포지션을 취하는 ‘퍼스트 트러스트 롱/쇼트 에쿼티 ETF’(FTLS)는 -6.3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인수합병(M&A) 차익거래 전략을 따라 한 ‘IQ 머저 아비트러지 ETF’(MNA)는 수익률이 -2.45%였다. 인수합병 대상이 되는 기업에는 롱 포지션, 기업이 속한 시장에는 쇼트 포지션 전략을 통해 시장과 무관하게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주식시장의 대세 상승으로 절대수익 추구 전략이 주목받지 못한 지난 2년과 달리 헤지펀드 전략이 다시 시장의 각광을 받을 수 있는 시점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헤지펀드 전략은 늘 주식시장의 대세상승기보다는 위기 상황에 강했다”고 설명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