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다시는 이런 참극 없길" 전국 이틀째 추모 물결

직장인·백발의 어르신·외국인 줄지어 헌화 분향하며 넋 달래
"책임소재 가리고 사회안전망 점검하는 계기 삼아야" 자성 목소리

"하루아침에 생때같던 자식을 잃은 부모 마음이 오죽하겠습니까.다시는 이런 참극이 없도록 정부와 우리 사회가 각성해야 합니다"
이태원 참사 발생 나흘째인 1일 전국 합동분향소에는 추모행렬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채 피어보지도 못한 채 짧은 생을 마감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면서도 다시는 이처럼 안타까운 참극이 없도록 촘촘하게 사회 안전망을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서울시청과 녹사평역 앞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는 직장인은 물론 나이 지긋한 어르신과 외국인까지 각계각층의 추모객이 찾아 고인들의 명복을 빌었다.

벨기에에서 왔다는 에바(39) 씨는 "참사 당일 이태원에 있었으나 인파를 피하려고 길 건너 있었던 덕에 화를 면했다.

그는 사고 목격자로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어 애도를 표하러 왔다"고 했다.
박상우(21) 씨는 "나 역시 그곳에 갈만한 친구들이 많다"며 "고인들이 하늘에서라도 편안하게 지냈으면 좋겠고 부상자들도 하루빨리 트라우마를 극복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녹사평역 분향소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던 조찬호(64) 씨 역시 "너무 화가 나고 아이들이 너무 불쌍하다"며 "자식 같은 애들이 그렇게…"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부산시청 로비에 설치된 이태원 참사 사망자 합동 분향소에는 백발의 노인이 모자를 벗은 뒤 큰절로 고인의 안식을 기원했고, 젊은 여성은 유모차를 탄 아이의 손을 붙잡고 찾아와 작별 인사를 남겼다.경기도청 분향소를 찾은 50대 부부 조문객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안산에 살아 합동분향소를 찾았고, 지금은 안양으로 이사했는데 도저히 안 올 수가 없었다"며 "20대 자녀를 두고 있어 남 일 같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들 부부는 '남아있는 사람들은 또 남아서 해야 할 일들이 있기에 젊은 생명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조금씩이라도 변화되는 나라를 만들도록 보태겠습니다'는 포스트잇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강원도청 분향소에서도 흰 국화 송이를 든 추모객들이 헌화 묵념하며 유명을 달리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제주도청 분향소를 찾은 한 여성 조문객은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조문록을 작성하다가 눈물을 터뜨려 주위를 숙연하게 하기도 했다.

경남도청 분향소 조문록에는 '동생들이여 부디 하늘(천국)에서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살길' 등 위로와 명복을 바라는 글 수십여 개가 기록됐다.

이번 참극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리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충북도청 분향소를 홀로 찾은 장모(29) 씨는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했다면 미리 대책을 세웠어야 하지 않느냐"며 "분명히 시시비비를 가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대책을 요구했다.
김선혁 민주노총 충북본부장도 "우리 사회가 청년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것에 비통함을 감출 수 없다"며 "고질적인 후진국형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사회 전반의 안전장치를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만규 대구시의회 의장은 "이태원 참사는 다시는 없어야 할 비극"이라며 "어떤 행사든 주최 측이 없다고 방관만 할 것이 아니라 국가적인 매뉴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매뉴얼을 마련하는 데 대구시의회도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민영규, 김잔디, 이승연, 김동민, 김현태, 전지혜, 강태현 천경환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