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재즈 전설'의 선율엔…모든 희로애락이 담겼다

애플TV플러스 다큐
'루이 암스트롱: 블랙&블루스'

지난달 28일 공개된 106분 다큐

암스트롱 육성·실제 연주 삽입
선 굵은 재즈 선율 느낄 수 있어

얼굴·입 클로즈업한 영상들로
눈앞에서 감상하는 듯한 느낌

잘 알려지지 않은 모습도 담아
흑인 인권 운동하던 시절도 조명
전설적인 재즈 뮤지션 루이 암스트롱의 인생과 음악 세계를 다룬 애플TV플러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루이 암스트롱: 블랙&블루스’. /애플TV플러스 제공
“루이 암스트롱의 연주엔 영혼이 담겨 있어요. 음악에 대한 긍지를 느낄 수 있지만 엄청난 슬픔도 함께 배어 있어요.”

재즈 역사학자 리키 리카디는 전설적인 재즈 뮤지션 루이 암스트롱(1901~1971)에게 이런 찬사를 보냈다. 암스트롱은 19세기 말 미국에서 태동한 재즈 음악의 발전을 이끌어냈다. 암스트롱의 음악에서 ‘재즈의 정통성’을 찾는 이유다. 그의 음악은 더 나아가 다채로운 감정을 표현한다. 그는 자유와 환희, 슬픔과 고통 등 인간의 희로애락을 오롯이 담아내 전설로 추앙받는다.지난달 28일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애플TV플러스는 암스트롱의 인생과 음악 세계를 다룬 오리지널 콘텐츠 ‘루이 암스트롱: 블랙&블루스’를 공개했다. 사샤 젠킨스 감독은 암스트롱의 육성과 실제 연주 장면 등을 삽입해 생생함을 입힌 106분짜리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짙은 감성의 재즈와 전설의 발자취가 어우러지는 구성도 시선을 끈다. 깊이 있고 선 굵은 재즈 선율에 목말랐던 이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다큐다.

암스트롱의 생생한 육성으로 듣는 재즈

암스트롱은 ‘재즈란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들어야 하는 음악가로 꼽힌다. 그는 트럼펫과 보컬로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개척했다. ‘왓 어 원더풀 월드(What a Wonderful World)’ 등은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이 즐기고 있다. 레이 찰스, 샘 쿡, 제임스 브라운, 비틀스 등 수많은 가수가 그의 영향을 받았다.

영화는 암스트롱이 ‘재즈의 고향’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가난한 흑인 노예의 후손으로 태어난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어린 시절부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암스트롱은 열세 살에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새해 첫날 권총으로 축포를 쐈다가 소년원에 가게 됐고 소년원에서 음악에 눈을 떴다. 소년원에서는 코넷(작은 트럼펫)을 배우며 재즈에 빠져들었다. 이후 5인조 ‘핫 파이브’ 등 밴드에서 활동하다 솔로로 독립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다큐의 가장 큰 특징은 암스트롱의 목소리와 연주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점이다. 그의 실제 공연 장면들이 영화 곳곳에 배치됐고, 얼굴과 입을 클로즈업(확대) 하는 등의 다양한 영상 자료 덕분에 바로 눈앞에서 노래를 듣고 있는 기분이 든다.

재즈와 암스트롱을 둘러싼 소문과 사실도 소개한다. 재즈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스캣(Scat)’에 대한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스캣은 가사 대신 아무 의미가 없는 음절이나 의성어로 새로운 선율을 즉흥적으로 만들어 노래하는 것을 의미한다. 암스트롱이 스캣을 만든 최초의 인물이라는 얘기가 있지만 틀린 얘기다. 암스트롱은 “녹음할 때 악보를 떨어뜨렸는데, 녹음실 사장이 그냥 계속 녹음하라고 했다”며 “어린 시절 가사를 잘 모를 때 스캣을 하면서 넘어갔던 것이 떠올라 녹음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은 스캣의 원조가 아니라 예전부터 다들 그렇게 했다는 설명이다.

인권 운동가로서의 위대한 발자취도

영화는 ‘재즈의 전설’이 남긴 역사적 발자취까지 담아낸다. 암스트롱은 남북전쟁 이후 격동의 시기에 흑인 인권 신장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암스트롱은 구두로만 전해져 오던 흑인 성가 ‘웬 더 세인트 고 마칭 인(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으로 앨범을 제작하기도 했다. “성자들이 행진할 때, 나도 그들과 함께하고 싶어요”라는 가사는 흑인들의 고된 삶을 위로하며 함께 걸어가고 싶다는 암스트롱의 마음을 담고 있다.다큐를 통해 암스트롱의 인생과 음악을 두루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다만 다소 산만하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아쉽다. 시간 흐름에 따라 전개되긴 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자료와 인터뷰가 나오면서 오히려 집중력을 흩트린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