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화의 매트릭스로 보는 세상] 초 강달러시대를 준비하는 어싱슈즈 무역회사 홍 사장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21년도에 비하여 달러 환율이 무려 30% 가까이 올랐다. 한국과 중국에서 신발을 제조하는 비바미 발볼넓은 신발 홍 사장으로서는 걱정이 많다. 현대의 강달러 추세가 얼마나 더 갈지 모르겠고, 전문가들은 내년쯤이면 약달러로 돌아설 것이라고 하지만, 홍 사장의 생각은 다르다. 꽤 오래간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의 거래선에 수입 가격을 인하하자고 메일을 보냈다. 중국의 위안화도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어서 사정은 한국과 비슷하리라고 보았다. 그럼 중국의 공장은 강달러로 수출하고 있으니 재미가 짭짤한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거래처에서 회신은 금방 왔다. 강달러가 맞기는 하는데 다른 나라에 비해서 중국은 더 불안정한 상태라 어떻게 변할지 모르고, 원부자재값도 많이 올라서 자기네도 불안하다. 하지만 오래되고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어서 나에게는 할인해주기로 했지만, 아직은 많이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회신이 왔다. 그렇게 큰 액수는 아니다. 그래도 중국 공장도 충분히 상황을 이해하고 앞으로 상황이 좋아지거나 확실해지면 더 할인해주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표시했다. 거래 중인 다른 한 곳은 가격이 치솟은 원부자재 값을 핑계로 할인은 어렵고, 현 상태에서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했다.지금의 강달러 현상, 어쩌면 앞으로 오게 될 초 강달러 현상은 이전과는 분명히 다르다, 이전에는 달러가 강세를 보인다면 지구상의 모든 국가에 강달러를 보이기보다는 그 당시의 상황에 영향을 받는 몇몇 나라에 달러 대비 그 나라 통화에 비하여 강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나머지 나라들은 평상시와 같거나 오히려 약달러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달러 가치를 표시하는 대표적인 지수인 달러인덱스도 사실은 세계 주요 6개 통화인 유로, 일본 엔, 영국 파운드 스털링,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나, 스위스 프랑의 가치에 경제 규모에 따라 비중을 달리하여 산출한 값을 미국 달러와 비교한 지표이다. 그래서 달러인덱스가 강하다고 해서 원·달러 환율이 반드시 높아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번에는 확연하게 달러 국가인 미국과 그 외의 비미국 국가들로 사정이 확연하게 구분된다. 지금은 그냥 모든 나라의 통화 대비 달러가 강세이다. 게다가 별다른 대안도 없고, 앞으로도 뾰족한 달러 대체재가 나올 기대도 없다. 그래서 홍 사장은 이번 강달러 시대, 어쩌면 지금보다 더한 초 강달러 시대가 아주 오래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 장기전에 준비를 해야 하는데 혼자 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홍 사장이 납품받는 중국과 한국의 거래처와 협조를 잘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환율과 깊게 연관이 있는 중국 거래처의 협조가 필요하다. 서로 윈-윈하는 입장에서 가격 조정하며 되도록 국내 가격을 올려서는 안 된다. 한국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경제 사정이 어려워질 고객들이 늘어난다. 그러면 판매에 커다란 악재가 된다. 될 수 있으면 판매가를 높이지 않도록, 높은 달러 환율을 즐기는 중국 공장과 고통을 분담하자고 해야 한다. 그래야 자기네도 판매량이 줄지 않을 테니까. 어쩌면 앞으로 생길 제3의 공급처인 베트남, 인도, 멕시코, 에티오피아 등의 거래처와도 비슷한 달러 결제 상황이 벌어지리라고 본다.

언제 다시 호황이 돌아올지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어렵게 비즈니스를 끌고 가야 한다. 하기야 사업 30여 년의 홍 사장이 발가락 양말로 말아먹고 다시 발볼넓은신발, 무지외반증신발로 기사회생한 것만도 다행이다. 그러니 홍 사장은 앞으로 큰돈 벌 생각은 없고 남은 인생 그럭저럭 먹고살다가 작은 사업체라도 자식들에게 넘겨주어 굶지 않고 살 방도를 만들어 주면 다행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살다 보니 분수 넘치는 큰돈, 지나치게 큰 사업은 오히려 인생의 짐이다. 그저 나이키 같은 작은 회사 하나 인수해서, 혼돈의 강달러 시대를 무사히 넘기기를 바랄 뿐이다.<한경닷컴 The Lifeist> 비바미 어싱신발 홍재화 사장, 트레이드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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