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속에서 자란 구조적 폭력의 그늘…신간 '군, 인권 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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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 사무국장 "사람답게 존중받는 군인이 타인도 지킬 수 있어" 군대는 상당수 남성에게 두려우면서도 자랑스러운 모순적 공간이다. 제대한 군인은 군대에 다시 끌려가는 걸 최악의 악몽으로 여기면서도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는 남들이 지겨워하든 말든 침을 튀기며 말한다.
그들은 축구한 얘기를 하면서 마지막에는 '요즘 군대가 군대냐'라는 말을 덧붙이곤 한다.
1980년대에도, 1990년대에도, 2000년대에도, 그리고 2014년 구타로 숨진 윤승주 일병이 쓰러진 날에도 누군가는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세상이 나아가는 만큼 군대도 더디게나마 바뀌기는 했다.
병사들이 핸드폰을 쥐고 살고, 월급도 크게 올랐다.
하지만 문제를 야기하는 본질적인 부분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말한다. 신간 '군, 인권 열외'(휴머니스트)를 통해서다.
저자는 2014년 윤 일병의 사망사고를 비롯해 이예람 중사 성추행 사망사건, 홍정기 일병 사망사건,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 하사 강제 전역 사건 등 군대에서 발생한 다양한 인권유린 사태를 조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윤 일병은 잔인한 폭력과 가혹행위를 참아냈고, 이 중사는 성추행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고 증거 확보를 위해 노력했다. 홍 일병은 거듭 의무대를 찾아 몸에 이상이 있음을 알렸다.
변 하사는 자신이 군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으리라는 굳건한 믿음으로 군에 변화를 촉구했다.
그러나 군은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지 않았다. 군은 경청 대신 문제가 발생한 후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를 시도했다.
윤 일병 사건에선 사인을 구타가 아닌 만두 취식에 따른 질식에서 찾았고, 이 중사 사건에서는 성폭력이라는 본질 대신 가공된 가정사에서 자살 원인을 찾으려 했다.
군에서는 이 같은 대형 사건만 발생하는 건 아니다.
크고 작은 '윤 일병' '이 중사'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는 군대에서 발생하는 폭력이 대부분 구조적이기 때문이다.
구타, 성폭력, 가혹행위 등은 군대 특유의 '침묵 문화'에서 독버섯처럼 자란다.
병사들은 반복된 구타와 가혹행위에 쉽게 노출된다.
여러 사람이 보는 대낮에 공개된 장소에서 음식을 강제로 먹고, 구타와 추행을 당한다.
가혹행위를 겪거나 본 병사들은 보복이 두려워 침묵한다.
그들의 유일한 탈출구는 시간이다.
"폭력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폭력을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간부들도 사건이 발생하면 '침묵'으로 일관한다.
사건을 공론화했다가는 장기복무 선발, 진급 등에서 불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부당함에 맞서 싸우는 것보다 참는 것이, 힘든 일은 털어놓기보단 앓는 것이 당장은 힘들어도 오래도록 편하고 현명한 삶을 보장한다"는 군인들의 인식이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절반에 가까운 국민이 군대에서 체화한 이 지저분한 삶의 지혜가 '군대를 가야 한다'는 교훈이 되어서 세대를 타고 끝 간 데 없이 전해진다"며 "그렇게 군대가 만들어낸 '사람'들이 침묵을 요구받고, 요구하며 살아간다"고 말한다.
저자는 폭압적 군대문화에서 파생돼 사회까지 퍼진 '강요된 침묵'을 당장 멈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한다.
"군대에 가야 사람이 된다고? 아니다.
사람이 군대에 가는 것이다.
사람답게 존중받는 군인이 다른 사람도 지킬 수 있다. "
300쪽.
/연합뉴스
그들은 축구한 얘기를 하면서 마지막에는 '요즘 군대가 군대냐'라는 말을 덧붙이곤 한다.
1980년대에도, 1990년대에도, 2000년대에도, 그리고 2014년 구타로 숨진 윤승주 일병이 쓰러진 날에도 누군가는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세상이 나아가는 만큼 군대도 더디게나마 바뀌기는 했다.
병사들이 핸드폰을 쥐고 살고, 월급도 크게 올랐다.
하지만 문제를 야기하는 본질적인 부분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말한다. 신간 '군, 인권 열외'(휴머니스트)를 통해서다.
저자는 2014년 윤 일병의 사망사고를 비롯해 이예람 중사 성추행 사망사건, 홍정기 일병 사망사건,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 하사 강제 전역 사건 등 군대에서 발생한 다양한 인권유린 사태를 조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윤 일병은 잔인한 폭력과 가혹행위를 참아냈고, 이 중사는 성추행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고 증거 확보를 위해 노력했다. 홍 일병은 거듭 의무대를 찾아 몸에 이상이 있음을 알렸다.
변 하사는 자신이 군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으리라는 굳건한 믿음으로 군에 변화를 촉구했다.
그러나 군은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지 않았다. 군은 경청 대신 문제가 발생한 후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를 시도했다.
윤 일병 사건에선 사인을 구타가 아닌 만두 취식에 따른 질식에서 찾았고, 이 중사 사건에서는 성폭력이라는 본질 대신 가공된 가정사에서 자살 원인을 찾으려 했다.
군에서는 이 같은 대형 사건만 발생하는 건 아니다.
크고 작은 '윤 일병' '이 중사'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는 군대에서 발생하는 폭력이 대부분 구조적이기 때문이다.
구타, 성폭력, 가혹행위 등은 군대 특유의 '침묵 문화'에서 독버섯처럼 자란다.
병사들은 반복된 구타와 가혹행위에 쉽게 노출된다.
여러 사람이 보는 대낮에 공개된 장소에서 음식을 강제로 먹고, 구타와 추행을 당한다.
가혹행위를 겪거나 본 병사들은 보복이 두려워 침묵한다.
그들의 유일한 탈출구는 시간이다.
"폭력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폭력을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간부들도 사건이 발생하면 '침묵'으로 일관한다.
사건을 공론화했다가는 장기복무 선발, 진급 등에서 불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부당함에 맞서 싸우는 것보다 참는 것이, 힘든 일은 털어놓기보단 앓는 것이 당장은 힘들어도 오래도록 편하고 현명한 삶을 보장한다"는 군인들의 인식이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절반에 가까운 국민이 군대에서 체화한 이 지저분한 삶의 지혜가 '군대를 가야 한다'는 교훈이 되어서 세대를 타고 끝 간 데 없이 전해진다"며 "그렇게 군대가 만들어낸 '사람'들이 침묵을 요구받고, 요구하며 살아간다"고 말한다.
저자는 폭압적 군대문화에서 파생돼 사회까지 퍼진 '강요된 침묵'을 당장 멈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한다.
"군대에 가야 사람이 된다고? 아니다.
사람이 군대에 가는 것이다.
사람답게 존중받는 군인이 다른 사람도 지킬 수 있다. "
300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