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손 대전 앞 긴장 고조…러, 주민 강제로 빼고 요새화

주택에 지뢰·폭발물…드니프로강 서안까지 방어선
외곽엔 이미 전투 정황…"전략·심리 걸린 결전 임박"
우크라이나군이 남부전선의 전략적 요충지인 헤르손 탈환을 위한 대대적 공세를 예고하자 러시아군이 현지 주민을 강제로 이동시키며 방어선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 지휘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러시아군이 헤르손 지역의 민간주택 주변에 지뢰와 폭발물을 설치하며 사실상의 '요새화'를 진행 중이라고 주장했다.

NYT는 이런 발표의 진위를 직접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전화로 접촉한 현지 주민들은 러시아군과 친러 행정당국이 주민을 위협해 쫓아내고 있다고 증언했다고 전했다.

헤르손에 사는 60세 여성 테티아나는 1일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그들이 사람들을 협박해 떠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이른바 '안전한 지역'으로 가라는 당국자들의 압박에도 헤르손 시내 아파트를 떠나길 거부했다면서 "러시아 병사들이 주민이 떠난 집을 차지하고 모든 걸 약탈했다"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가 임명한 헤르손 점령지의 친러 행정부 수반인 블라디미르 살도는 지난달 19일 헤르손주(州)의 주도인 헤르손시(市)에 주민 대피령을 내렸고, 약 일주일 뒤 대피 완료를 선언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실제로 헤르손시를 떠난 주민은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지하는 수천명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헤르손 친러 행정부는 대피령에 따르지 않고 잔류하는 주민을 '적대적' 인물로 간주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1일에는 주민 대피령 적용범위를 드니프로 강에서 약 16㎞ 이내에 위치한 다른 도시와 마을까지로 확대했다.
NYT는 이러한 조처가 헤르손시와, 약 64㎞ 상류에 위치한 카호우카 댐을 사수하려는 전략의 일환일 수 있다고 봤다.

카호우카 댐은 2014년 러시아가 강제병합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에 식수 등을 공급하는 핵심 전략시설이다. 실제, 헤르손 친러 행정부는 카호우카 댐 주변도 주민대피령 대상이라면서 우크라이나군이 진격해오는 방향인 드니프로강 서안 뿐 아니라 동안 주민도 마찬가지로 대피할 것을 지시한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헤르손 시내에선 하루가 다르게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현지 주민 카테리나(38)는 지난 주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이미 "도시 외곽에서 전투가 진행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가 텅 비었다"면서 "마치 (도시가) 죽어가는 것 같지만 우린 살아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군을 만나기 위해 계속 기다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540㎞ 거리에 위치한 항구도시인 헤르손은 흑해, 크림반도와 연결되는 전략적 요충지다.

최근 동부전선에서 대승을 거둔 우크라이나군은 헤르손을 탈환하고 크림반도까지 수복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올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헤르손을 점령한 러시아군은 이 도시를 우크라이나 남부 해안을 겨냥한 공세를 펼치기 위한 교두보로 활용해 왔던 만큼 헤르손을 잃는다면 심각한 전략적·심리적 타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NYT는 진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