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10시간 동안 미사일 25발 '섞어쏘기'…軍, 전투기 띄워 대응사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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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NLL 이남' 도발북한이 2일 감행한 미사일 도발은 울릉도 방향을 정조준해 날아가다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뒤 우리 영해 인근 공해상에 떨어졌다. 북한이 비행 거리를 조절하며 치밀하게 계획한 무력 도발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 미사일로 울릉도에선 한때 공습경보가 발령돼 섬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 북한은 25발의 미사일을 ‘섞어 쏘기’ 방식으로 동·서해상으로 발사했고 100여 발에 이르는 포격도 감행했다.
北, 한·미 연합 공중훈련 반발
포탄도 100여발 무더기 발사
SRBM 1발 울릉도 방향 조준
한때 공습경보…섬 전체 혼란
軍, F-15K·KF-16 등 출격
이북 공해로 미사일 3발 발사
속초 앞바다에도 한 발 탄착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동·서해상을 향해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포함해 25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은 오전 6시51분부터 7시40분까지 평안북도 정주시와 피현군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네 발의 SRBM을 발사했다. 이후 오전 8시51분~9시12분께 강원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SRBM 세 발을 발사했다. 세 발 중 한 발은 190㎞가량 비행해 동해 NLL 이남 26㎞ 지점 공해상에 떨어졌다. 속초에서 동쪽으로 57㎞, 울릉도에서 서북쪽으로 167㎞ 거리 해상이다.또 오전 9시12분부터 함경남도 낙원, 정평, 신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평안남도 온천 및 화진리, 황해남도 과일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탄도미사일 및 지대공 미사일 등을 12발 발사했다. 이 사격은 오후 1시55분까지 계속됐다. 이후 오후 1시27분께 강원 고성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100여 발의 포 사격도 포착됐다. 이어 북한은 오후 4시30분부터 약 40분간 함경남도 선덕·신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평안남도 과일·온천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지대공 미사일 등 6발을 추가로 발사했다.이날 하루 쏜 미사일은 25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은 “하루 동안 탄도미사일을 20발 이상 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고성군 일대 포사격과 NLL 이남으로의 미사일 발사는 명백한 9·19 군사합의 위반”이라고 강조했다.원산 일대에서 쏜 SRBM은 NLL 이남 우리 영해의 ‘코앞’에 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그동안 북한은 동·서해안 일대에서 해안포와 방사포를 NLL 이남으로 쏜 적이 있지만 탄도미사일은 없었다.한·미 군당국은 강력히 대응했다. F-15K와 KF-16 전투기(사진) 등이 출격해 오전 11시10분께부터 동해 NLL 이북 공해상에 슬램-ER 등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세 발을 발사했다. 우리 군의 미사일이 NLL 위로 넘어간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합참은 “NLL 이북 공해상에 북한이 도발한 미사일의 낙탄 지역과 상응하는 거리 해상에 정밀 사격을 실시했다”고 강조했다.
“핵보유국으로 미국과 협상 의도”
우리 군은 NLL 이남에 떨어진 미사일이 발사 초기 울릉도 방향을 향해 날아오는 것을 포착했고, 오전 8시55분께 울릉군 전역에 ‘공습경보’를 발령했다. 공습경보는 이후 오후 2시께 경계경보로 대체됐지만, 울릉군민은 아침부터 불안한 하루를 보내야 했다.이날 군은 경계태세를 3급에서 2급으로 격상했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달 31일부터 양국 군용기 240여 대를 동원한 ‘비질런트스톰’ 훈련을 시작했다. 훈련은 4일까지 계속된다.북한은 앞서 연합훈련에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1일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미국과 남조선이 겁기 없이 우리에 대한 무력 사용을 기도한다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무력의 특수한 수단들은 부과된 자기의 전략적 사명을 지체 없이 실행할 것”이라며 “미국과 남조선은 가공할 사건에 직면하고 사상 가장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전술핵 보유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미 연합훈련에 적극 맞대응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연합 공중훈련 중 도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킨 후 7차 핵실험을 감행하고, 사실상 핵보유국으로서 미국과 군축협상을 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김동현/전범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