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 녹으면서 수천년 전 유물 발견…"너무 빨리 녹아 훼손 우려도"

2500년 전 나무 조각상·3500년 전 가죽 신발 등
스위스 발레(Valais)주의 포클(Forcle) 빙하에서 발견된 벨트 추정 가죽끈. /사진=연합뉴스
기후 변화로 유럽의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그 속에 묻혀 있던 유물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스위스의 고고학자 로메인 안덴마텐이 지난 9월 스위스 발레(Valais)주의 포클(Forcle) 빙하에서 벨트로 추정되는 가죽끈과 길을 표시하는 용도로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나무 막대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가죽끈의 경우 아직 방사성 탄소 연대측정을 거치지 않아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확인할 수 없지만, 나무 막대는 다른 나무와 비교한 결과 로마 시대에 가공된 것으로 추정된다.

안덴마텐은 이 밖에도 최근 몇 년간 포클 빙하에서 2500년 된 나무 조각상, 3500년 된 가죽 신발, 16세기 용병의 것으로 추정되는 권총과 옷 등 다양한 유물을 발견했다고 WP는 전했다.

앞서 과학자들은 지난해에도 이탈리아의 스콜루초산에서 1차 세계대전 당시 오스트리아 군인들의 피난처로 사용된 벙커를 발견했다.스콜루초산 해박 3000m에 위치한 이 벙커는 지금까지 얼음으로 뒤덮여 있다가 최근 빙하가 녹으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과학자들은 이곳에서 온전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탄약과 책, 담배 파이프, 캔 등 다양한 유물을 발견했다.
스위스 그라우뷘덴주 알프스산맥 내 모테라치 빙하에는 얼음 흔적만 일부 남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스콜루초산에서 발견된 또 다른 벙커에서는 100여년 된 씨앗이 발견됐는데 과학자들은 이를 땅에 심어 꽃을 피워내기도 했다.한편, 빙하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녹으면서 얼음 밖으로 노출돼 훼손되는 유물이 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스위스 빙하감시센터, 브뤼셀 자유대학교 등의 분석에 따르면 스위스 알프스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모테라치 빙하'는 하루 5㎝씩 경계선이 줄어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된다면 2100년 알프스의 빙하 80%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