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ed, 4연속 자이언트 스텝…파월 "최종금리 예상보다 높아질 수도"

연 3.75∼4.00%로 올라 15년만에 최고 수준
韓보다 최대 1.0%P 금리 더 높아
미국이 계속된 금리 인상에도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기준금리를 또다시 올렸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렸다. 4회 연속으로 0.75%포인트씩 금리를 인상(자이언트 스텝)함에 따라 현재 연 3.00∼3.25%인 미국 기준금리는 연 3.75∼4.00%로 상승하게 됐다.금리는 2008년 1월 이후 최근 15년간 최고 수준이다. 미 기준금리 상단이 연 4.00%까지 오르면서 한국과의 금리 차도 1.00%포인트로 확대됐다. 1%포인트는 가장 가까운 한·미 금리 역전기(2018년 3월∼2020년 2월) 당시 최대 격차와 같은 수준이다.

Fed는 성명에서 "인플레이션 위험에 매우 주목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은 대유행, 더 높은 식품·에너지 가격, 광범위한 가격 압박과 관련한 수급 불균형을 반영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은 엄청난 인명 및 경제적 어려움을 야기하고 있다. 전쟁 및 관련 사건들은 인플레이션에 추가 상승 압박을 가하고 있고, 글로벌 경제 활동에 부담을 준다"고 금리 인상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Fed는 향후 금리인상 속도조절 가능성을 내비쳤다. Fed는 "향후 금리 인상 속도를 결정할 때 그간의 긴축 통화정책의 누적된 효과와 통화 정책이 경제와 물가 등에 미치는 시간적 격차, 경제 및 금융 상황 진전을 감안할 것"이라는 문구를 새로 넣었다.앞서 Fed는 지난 3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어 5월 0.5%포인트 올린 데 이어 6월과 7월, 9월에 각각 0.75%포인트씩 기준 금리를 올리면서 인플레이션 잡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미국 플로리다주 할렌데일비치의 월마트 매장에서 한 여성 손님이 마스크를 쓰고 장을 보고 있다. 사진=AFP
이날 단행된 0.75%포인트 인상은 시장 전문가들이 대부분 예상했던 결과였다. 지난달 발표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8.2%, 전월보다 0.4% 각각 상승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뺀 9월 근원 CPI마저 전년 동월보다 6.6%, 전월보다 0.6% 각각 올랐는데 이는 40년 만의 최대폭 상승이었다.

이로써 미국과 한국(연 3.00%)의 기준금리 격차는 0.75∼1.00%포인트로 벌어졌다. 두 나라의 기준금리 차이는 지난 9월 Fed의 3번째 자이언트 스텝으로 최대 0.75%포인트로 커졌다가 지난달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과 함께 0.25%포인트까지 좁혀졌지만, 다시 1.00%포인트가 됐다. 금리가 역전되면,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원·달러 환율 상승) 가능성이 커진다. 원화 약세는 수입 물품 환산 가격을 높여 물가 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 한은도 오는 24일 6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제롬 파월 Fed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언젠가는 금리인상 속도를 줄이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최근 경제 지표들에 대해 "지난 회의(9월) 이후 나온 데이터에서 최종 금리가 예상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시사됐다"며 "아직 갈 길이 좀 남아 있다(some ways to go)"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에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들은 일제히 급락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