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경쟁 보장돼야 혁신 기업 탄생…교육으로 과학 영재 길러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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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인재포럼 2022세계 질서가 재편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와 식량보호주의가 각국에서 부상했다. 70년 이상 지속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동맹도 유가 앞에서 힘을 잃었다. 미·중 갈등은 안보에 이어 반도체, 바이오 등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기존의 질서가 뒤바뀌는 대전환 시대에 국가는 어떻게 성장할 수 있으며 정부의 역할은 무엇일까.
필리프 아기옹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
"새로운 기술로 무장한 혁신 기업이 국가 성장 주도"
프랑스 경제 석학인 필리프 아기옹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사진)는 3일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2’에서 화상으로 진행된 ‘자본주의의 재고: 창조적 파괴의 힘’ 특별강연에서 “새로운 기술로 무장한 혁신 기업들이 국가 성장을 이끈다”며 “국가는 기업 간 자유로운 경쟁을 보장하고 혁신 기업들이 탄생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창조적 파괴는 기업가 정신이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면 기존 산업과 일자리를 혁신 기업들이 대체하면서 경제가 성장한다는 이론이다. 그러나 이 이론을 고안한 조지프 슘페터는 자본주의의 미래가 어둡다고 봤다. 신기술로 성장한 혁신 기업이 대기업이 되면 새로운 혁신 기업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게 막고, 결국 성장이 정체된다는 이유에서다.
창조적 파괴 이론을 현대에 적용해 세계 경제를 분석한 아기옹 교수도 “1990년대 정보기술(IT) 혁명 이후 미국 등 주요 국가의 경제성장률이 둔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1996년부터 2005년까지 미국에서 월마트,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많은 ‘슈퍼스타’ IT 기업들이 등장했다”며 “이들이 급성장하던 이 기간 동안 미국의 경제성장률도 큰 폭으로 뛰었지만, 다른 혁신기업의 진입이 차단되면서 2005년 이후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 정책과 시민사회의 감시가 뒷받침되면 자본주의를 적절히 규제하고 혁신 기업을 키워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기옹 교수는 “정부는 다양한 혁신 기업들이 자유롭게 시장에 진입하고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며 “소수 대기업이 점유한 시장에 중견·중소기업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어야 혁신이 일어난다”고 말했다.이어 “미국은 현재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기업과 경쟁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등 시민사회의 감시도 활용하고 있다”며 “혁신의 기반이 되는 기초과학 연구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아 인구 대비 특허 출원 건수가 주요국 중 압도적”이라고 말했다.
교육도 혁신 기업을 만드는 데 중요한 배경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미래의) 아인슈타인을 잃고 있다”며 “신기술의 핵심 역량인 과학 영재들을 길러내지 못하는 것이 지금의 교육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높은 교육 수준과 학구적인 집안 분위기가 혁신 기업을 세우는 기업가들을 길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