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실수요자라면…지금이 내 집 마련할 때 [최원철의 미래집]
입력
수정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최근 전국 아파트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는 노원·도봉·강북구에서, 경기도에서는 의왕·동탄·양주 등에서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천에서는 송도나 청라, 루원시티, 검단지구 등에서 신축아파트들이 최고가 대비 절반 수준으로 하락한 급매물이 나온다고 합니다.
주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하신 분들이 대출이자와 생활비 물가가 크게 오르고, 집값은 계속 하락할 것 같으니 급매를 내놓고 계십니다. 하지만 집값이 더 내려갈 것 같으니 급급매가 아니면 쉽게 팔리지 않는다고 하죠. 하지만 급급매가 계속 이어질까요. 지금까지 나오지 않은 매물은 팔지 않고 버티거나 임대로 전환하는 것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급급매는 대부분 나왔다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급급매가 대부분 나온 지금 시점이 실수요자 중에서 대출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분들이나 신규아파트 청약을 했다가 떨어지신 분들, 맞벌이 부부처럼 고소득인 분들에게는 내 집 마련이나 갈아타기를 하기 좋은 시기일 수 있습니다. 매물이 많으니 원하는 지역과 아파트, 층수 등을 골라서 선택할 여지가 많기 때문입니다.
가격이 계속 하락하면 어쩌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격이 오를 때의 매수자 심리와 폭락할 때의 매도자 심리가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지금처럼 가격이 크게 내릴 때는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분들만 급급매로 물건을 내놓고, 대부분은 추후 다시 가격이 오를 시점을 기약하며 버티는 분들이 많습니다.결국 대단지 신축 아파트 급급매는 빠르게 소진되고 점차 매물이 줄어들고, 가격도 급매 수준에서 머물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분양가 정도에 매입한다면 큰 성공이라고 보는 게 합당할 것입니다. 가격이 폭등할 때는 너도나도 아파트를 샀지만, 폭락한다고 해서 너도나도 파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실제 강남의 경우 실거래가가 폭락하는 사례들이 나오긴 하지만 그 수가 많지는 않습니다. 강남구나 서초구의 아파트들은 실제로 강남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이주할 분들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8학군은 건재하기에 입지적인 장점도 살아있고 금리가 안정되면 가격도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갈아타기를 하기에도 부담이 적은 시기입니다. 전세가율이 80%에 육박해 조금만 대출받으면 서울에도 내 집 마련이 가능합니다. 투기과열지구에서도 15억원 이상의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해졌는데, 금리가 올랐다고 하지만 대출액이 많지 않다면 큰 부담은 아닐 것입니다. 조금 더 큰 평수나 지역을 바꿔 다시 사는 경우에도 적기일 수 있는 것입니다.
아파트 매매가는 낮아졌지만 새 아파트 분양가는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최근 천안의 대단지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는 평당 620만원 이상을 공사비로 요구할 정도라고 합니다. 대형 건설사가 보증해도 12%나 되는 금융비용이 발생한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에서 보듯 사업비 부담도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공사비에 사업비까지 오르니 분양가도 덩달아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입니다.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 불안으로 내년에는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그나마도 공공분양 50만 가구 가운데 68%는 청년들에게 돌아간다고 하니 4050 무주택자들은 신규로 분양받아 내 집을 마련하기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그러니 지금 전셋값에 대출을 조금만 더 받아 원하는 지역 원하는 평수로 내 집을 마련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집값이 지금보다 더 하락하더라도 몇 년 뒤에는 다시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점에서 집을 사겠다며 내년 하반기를 기다리겠다는 분들이 많기는 합니다만, 그때는 다시 경쟁률이 높아져 원하는 가격과 지역 등에 내 집을 마련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가격도 하락하고 경쟁도 적은 지금이 내 집 마련의 적기일 수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