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지마요 제발"…이태원 참사 겪어도 여전히 불안한 출근길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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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지마세요. 다음 열차 탑승하세요!"
2일 오전 8시30분 서울 강서구 지하철 9호선 염창역. 여의도 방향으로 가는 승강장 앞은 출근하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도착하는 열차 내부에는 이미 승객들로 꽉 차있었다. 시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어깨부터 밀어넣었다.서울 지하철 9호선의 경우 급행열차와 일반열차가 나눠져 있다. 출근길 시민들 사이에서는 매일 아침마다 급행열차를 타기 위한 전쟁이 벌어진다고 한다. 직장인 김모씨(30)는 "콩나물시루에 든 것처럼 위험한 상황이 출퇴근길 마다 연출된다"며 "먼저 탑승한 승객들로 꽉 찬 상태로 열차가 도착하면 한숨부터 나온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출근길에는 키 160cm의 중학교 1학년 학생들과 70대 노인도 있었다. 그들은 약 30분동안 지하철을 타기 위해 애썼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결국 지하철을 탑승하지 못한 채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러 발걸음을 돌렸다. 중학생 김모군(13)은 "잠실에 있는 놀이공원 체험학습에 가기 위해 지하철에 왔다"며 "어른들을 밀고 들어갈수도 없고 겁이 난다"고 말했다. 지하철 탑승한 시민들은 밀지말라며 짜증 섞인 목소리를 냈다. 출입문에 옷가지와 발이 끼이는 사고도 연출됐다. 위험한 상황탓에 지하철 역사 내부에는 "다음 열차 탑승하세요"라는 안내 방송이 수차례 울렸다. 한번에 수백명이 오가는 지하철역 안에 배치된 안전요원은 이날 기준 3명뿐이었다. 안전요원이 지키고 있는 곳을 제외한 수십개의 출입문은 밀고 밀리는 시민들로 아수라장이 됐다.전문가들은 일상 속 밀집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민들이 이태원 사태 이후 일상 속 밀집 문제를 잠재적 리스크로 깨닫고 있다"며 "붐비는 지하철 내부에서도 질서 정연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적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박청웅 세종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수많은 인파가 몰린 지하철 같은 현장에서는 호흡이 곤란해지거나 공포감이 들 정도로 압박이 심하다"며 "이게 일상이 되다보니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시민들의 인식이 무뎌진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2일 오전 8시30분 서울 강서구 지하철 9호선 염창역. 여의도 방향으로 가는 승강장 앞은 출근하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도착하는 열차 내부에는 이미 승객들로 꽉 차있었다. 시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어깨부터 밀어넣었다.서울 지하철 9호선의 경우 급행열차와 일반열차가 나눠져 있다. 출근길 시민들 사이에서는 매일 아침마다 급행열차를 타기 위한 전쟁이 벌어진다고 한다. 직장인 김모씨(30)는 "콩나물시루에 든 것처럼 위험한 상황이 출퇴근길 마다 연출된다"며 "먼저 탑승한 승객들로 꽉 찬 상태로 열차가 도착하면 한숨부터 나온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출근길에는 키 160cm의 중학교 1학년 학생들과 70대 노인도 있었다. 그들은 약 30분동안 지하철을 타기 위해 애썼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결국 지하철을 탑승하지 못한 채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러 발걸음을 돌렸다. 중학생 김모군(13)은 "잠실에 있는 놀이공원 체험학습에 가기 위해 지하철에 왔다"며 "어른들을 밀고 들어갈수도 없고 겁이 난다"고 말했다. 지하철 탑승한 시민들은 밀지말라며 짜증 섞인 목소리를 냈다. 출입문에 옷가지와 발이 끼이는 사고도 연출됐다. 위험한 상황탓에 지하철 역사 내부에는 "다음 열차 탑승하세요"라는 안내 방송이 수차례 울렸다. 한번에 수백명이 오가는 지하철역 안에 배치된 안전요원은 이날 기준 3명뿐이었다. 안전요원이 지키고 있는 곳을 제외한 수십개의 출입문은 밀고 밀리는 시민들로 아수라장이 됐다.전문가들은 일상 속 밀집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민들이 이태원 사태 이후 일상 속 밀집 문제를 잠재적 리스크로 깨닫고 있다"며 "붐비는 지하철 내부에서도 질서 정연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적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박청웅 세종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수많은 인파가 몰린 지하철 같은 현장에서는 호흡이 곤란해지거나 공포감이 들 정도로 압박이 심하다"며 "이게 일상이 되다보니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시민들의 인식이 무뎌진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