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의 빛을 따라간 미첼…시간을 뛰어넘은 '거장들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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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아트 나우
프랑스 파리 루이비통재단 '모네-미첼展'
'빛의 화가' 모네 동경한
'뉴욕 추상 거장' 미첼
같은 풍경 보기 위해
모네의 정원 옆 이주
자연에서 얻은 영감을
인간의 감각으로 승화
두 점의 그림 사이로 멀리 보이는 벽엔 마치 모네의 색채를 하나하나 뽑아내 재구성한 듯한 거대한 추상화 넉 점이 걸려 있다. 프랑스 인상파 대표 화가 모네의 그림들이 미국 추상화가 조앤 미첼(1925~1992)의 그것과 만나 역동적인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세계 주요 미술관의 전시 중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프랑스 파리 루이비통재단의 ‘모네-미첼’ 전시장 모습이다. 모네의 그림 36점과 미첼의 대작 24점이 3개 층의 갤러리에 전시됐고, 지하 별도 갤러리에선 미첼의 대규모 단독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세라 로버츠와 케이티 시걸 큐레이터는 “다른 시대를 살았지만, 당대 최고로 인정받는 위대한 두 예술가의 역사적 대화”라고 했다.
자연에서 영감받은 모네와 미첼
모네와 미첼은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다. 하지만 같은 풍경을 바라봤다. 둘 다 프랑스 파리 인근의 전원 마을에 살며 센강 유역의 자연을 관찰했다. 정원과 구불구불한 강, 넓게 펼쳐진 들판에서 영감을 받아 대작들을 탄생시켰다. 모네가 지베르니정원에서 30여 년간 정원을 가꾸며 연못에서 영감을 받은 것처럼 미첼도 미국에서 프랑스로 이주해 자연에 빠져들었다.보라색을 사랑한 두 화가
모네의 후기 작품은 백내장과 싸우며 그린 그림들이다. 침침하고 안개가 낀 것 같은 시야로 그림을 그리며 1920년 전후에 그는 “세상은 아름다운데, 나는 별로 행복하지 못하다”고 했다. 초점이 나간 듯한 풍경화들이 그렇게 탄생했다. 실명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는 중에도 그는 ‘백내장에 걸린 눈으로 보는 풍경은 나만 볼 수 있는 풍경’이라는 생각으로 그리고 또 그렸다.청색증과 황색증으로 모든 시야가 푸르거나 노랗게 보이는 상황에서 모네의 추상 풍경화가 탄생했다. 누구도 볼 수 없는 풍경을 오직 자신의 눈으로 바라본 모네는 평생 250여 점의 수련 연작을 그렸다. 그 깊은 물빛을 표현할 때 파란색과 보라색을 주로 사용했다.
기쁨이 없는 곳에서 찾은 기쁨
모네와 미첼의 후기 작품들은 그들의 삶을 알고 나면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모네의 말년은 불행의 연속이었다. 모네의 두 번째 부인 알리스는 1911년 세상을 떠났다. 3년 뒤엔 맏아들이 떠났고, 남은 아들들은 전쟁터에 보내야 했다. 몇 년 뒤 단짝 친구였던 에드가르 드가와 오귀스트 르누아르도 사망했다. 절망의 시간이었다. 모든 기쁨이 사라진 상황에서도 모네는 화구를 챙겨 그림을 그렸다.수전 페이지 루이비통재단 예술감독은 “미첼은 연약하고 섬세한 동시에 극도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놀라운 작가”라며 “오로지 그림에만 몰두해 살아있는 동안 더 많은 찬사를 받지 못했지만, 그가 남긴 대작들이 뿜어내는 열정은 자유롭고 호화롭다”고 했다.전시는 미첼이 1983년과 1984년 사이에 그린 10점의 대작 회화 연작 ‘거대한 계곡’으로 끝난다. 1984년 전시회에서 선보인 후 10점의 그림이 한자리에 모인 건 40년 만이다. 전시를 위해 모네의 작품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파리의 마르모탕모네미술관과 미국 주요 미술관, 조앤미첼재단 등이 긴밀히 협업했다. 전시는 내년 2월 27일까지다.
파리=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