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셸런버거 "원전만한 친환경 에너지원 없다…탈원전은 정치적 주장"

'2022 탄소중립 콘퍼런스'
기조연설 맡은 마이클 셸런버거

저자
"기후변화 사실이지만 과장돼
현실적 대안은 원전·천연가스"
“환경을 생각한다면 한국, 프랑스, 일본, 캐나다 같은 나라들이 세계 곳곳에 원전을 짓도록 해야 합니다.”

지난해 국내 출간된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의 저자 마이클 셸런버거(51·사진)는 출판사 부키가 3일 서울 광화문에서 연 간담회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천연가스와 원자력 발전”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전날 산업통상자원부가 연 ‘2022 산업계 탄소중립 콘퍼런스’ 기조연설을 맡아 한국을 찾았다. 셸런버거는 환경 연구·정책 단체인 ‘환경 진보(Environmental Progress)’를 세워 대표를 맡고 있다. 종말론적 환경주의에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하며 미국 의회에서도 여러 차례 증언한 바 있다.<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은 논쟁적인 책이다. ‘얼음이 녹아 북극곰이 굶어 죽어 가고 있다’거나 ‘아마존이 곧 불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같은 위기론을 논박한다. 많은 환경 문제가 과장됐다고 말한다. 다만 모든 것을 부인하는 반(反)환경론자는 아니다.

이날 간담회에서 그는 “기후 변화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계가 금방이라도 멸망할 것처럼 떠들어대는 건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데이터를 보면 사실이 아닌 주장이 많습니다. 기후 변화 때문에 허리케인과 가뭄, 홍수가 늘고 있다고 하는데, 1950년대 이후만 봐서 그렇습니다. 더 장기로 보면 그런 패턴은 사라지죠. 더욱이 자연재해로 인한 사망자와 재산상 피해는 계속 줄고 있습니다.”피해가 줄어든 것은 재해예측 시스템과 댐 건설, 에어컨 보급 등 과학 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그는 “미국에서 자연재해 사망자는 연간 300~500명 정도”라며 “교통사고 사망자 약 3만5000명, 약물 남용으로 인한 10만 명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저개발국도 마찬가지다. 홍수 등 자연재해가 한꺼번에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서 시선을 끌지만, 사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더 많다. 아직도 나무를 태워 요리하거나 난방을 하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나라는 오히려 석탄 발전을 하는 게 환경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화석연료 사용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물질 집약적인 에너지원에서 에너지 집약적인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게 환경에 중요하다”며 “나무를 태우는 것보다는 석탄이 낫고, 석탄을 태우는 것보다는 천연가스가, 천연가스보다는 원자력 발전이 좋다”고 말했다. 원자력은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데다, 적은 양의 우라늄으로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발전소가 땅을 많이 차지하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이런 관점에서 재생에너지는 대안이 될 수 없다고 그는 주장했다. 원전 하나와 맞먹는 전력을 태양광으로 생산하려면 400배나 넓은 면적의 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원자력이 위험하다는 건 미신”이라며 “한국의 문재인 정부에서 보았듯, 탈원전은 대개 정치적인 이유에 기반을 뒀다”고 비판했다.

셸런버거는 열여섯 살 때부터 환경 운동을 했다. 그러다 서른이 지났을 무렵 회의가 들었다고 했다. 왜 환경 운동은 비관적이고 우울할 수밖에 없을까 하고. 2010년 무렵엔 원자력 찬성으로 돌아섰다. “정말 이상했습니다. 원자력만큼 친환경적인 에너지원도 없는데, 기후 변화를 걱정한다는 사람들이 반대하니 말이죠. 환경 운동의 역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