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 멈추자 사라진 1만5000개 일자리…STEM 교육으로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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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인재포럼 2022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의 헌터밸리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석탄을 수출하는 항구 중 하나인 뉴캐슬 항구가 있다. 석탄 수출은 이 지역을 지탱하는 산업이었지만, 20여년 전 세계 최대의 광산 기업인 BHP가 헌터밸리에서 생산을 멈췄다. 그렇게 1만5000명 분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그 빈 자리를 메운 건 ‘STEM(Sceience·Technology·Engineering·Mathmatics)’, 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을 받은 젊은이들이었다. 구시대 산업이 쇠락하면서,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지역 청년들이 첨단 제조업이나 사이버 보안과 같은 신산업 일자리를 찾아나선 것이다.
3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2’에서는 트레버 존 호주 헌터 지역개발본부 CEO와 김종한 경성대 경제금융물류학부 교수, 알리스테어 아담 에르난데스 라이프니츠 협회 영토 개발 아카데미(ARL) 연구원이 발표자로 나서 지역 인재 양성에 대해 논의했다. 존 CEO는 헌터밸리의 지역인재 양성 사례를 소개했다. 헌터 지역개발본부는 지자체나 기업과 협력해 청년들에게 STEM 교육을 제공하고, 이 교육이 취업까지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다.
교육 프로그램은 9세부터 시작된다. 9~11세 아이들에게 코딩과 로봇을 가르치는 ‘미니미(Minime)’ 프로그램이다. 연령대와 숙련도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이 지원돼 직업교육과 연계한 ‘스템십(STEMship)’, 고등학교 졸업 후에 관심 분야의 경력을 개발할 수 있는 ‘스템스타트(STEMstart)’ 등이 있다.
존 CEO는 “호주는 STEM 기술을 보유한 인재에 대한 수요가 세계적 평균보다 1.5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고용주들은 수요 대비 인력 공급이 40%나 부족하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고용주들의 이런 요구를 반영해 헌터 지역개발본부는 STEM 교육을 통한 인재 개발에 집중했다.김 교수는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사례를 중심으로 지역에 인재를 어떻게 모아야 할지 발표했다. 김 교수는 “그간 정부와 대학에서 지역 인재 집적을 위해 많은 노력을 펼쳤지만 성과는 매우 미미했다”며 “고급 인력이 몰린 기업 부설 연구소는 66%가, 연구원은 73%가 수도권에 몰려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향후 수도권 집중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경기로 이뤄진 기존 수도권을 넘어 대전, 세종, 충청도까지 합쳐진 ‘초광역 수도권’이 탄생할 수 있다고 봤다. 김 교수는 “초광역 수도권이 탄생하면 전라권과 부·울·경, 대구는 인재를 유치하기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국가 차원의 인재 분산 정책을 더 강력하게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민간 기업은 지방으로 이전할 수 없지만, 국가는 공기업과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옮길 수 있다”며 “이미 1차로 실시했지만, 30여년 간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한 프랑스처럼 앞으로 2차, 3차를 더 실시해야 한다”고 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