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부실로 확산되는 채권발 악재

돈 가뭄에 금융사도 긴장



시중에 유동성이 떨어지면서 금융사들 마저 긴장하고 있습니다.제2금융권은 물론이고 1금융권도 자금조달에 빨간 불이 켜졌는 데요.

금융권 전방위로 퍼지고 있는 돈 가뭄 현상 얼마나 심각한지 경제부 신용훈 기자와 짚어봅니다.

신기자,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로 촉발된 채권시장 악재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면서요?



맞습니다. 정부가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서 50조원 이상 풀기로 하면서 겉으로는 급한 불을 끄는가 싶었는데 들여다보니 사실은 조용히 부실이 커지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동안 부동산PF 관련한 ABCP, 자산유동화기업어음 차환이 막혀서 증권사들 유동성 부족하다 일반 제조 기업들도 신용은 높아도 자금조달 안 된다는 이야기들은 많이 나왔었습니다만, 금융권 그것도 실적이 괜찮은 은행들도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는 것이 놀랍기도 한데 실제로 어느 정도 인가요?

채권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우량한 은행채 금리도 동반 상승을 하고 있습니다. 연초하고 비교해보면 트리플 A등급 은행채 금리는 2배 이상 급등했습니다.

이렇게 은행채 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은행채 금리하고 연동되는 대출금리도 상승폭을 키우고 있는데요 관련 내용 김보미 기자가 정리 했습니다.





은행채 AAA 6개월물 금리는 4.455%. 지난해 말보다 3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5년물도 상승폭은 상대적으로 작지만 역시 2배 넘게 급등했습니다.

금융당국과 5대 금융지주가 약 150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고 은행채 발행도 자제하기로 했지만 채권 금리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채권시장이 완전히 안정화 되기까지는 약 1년여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는 상황.

이에 따라 은행채 금리와 맞물려 움직이는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전세대출 금리도 당분간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전세대출은 은행채 6개월물을,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은 은행채 5년물을 지표로 삼고 금리를 산정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5대 시중은행 기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6.81~7.49%, 신용대출과 전세대출 금리는 연 7.2~7.3%대인데, 이달에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상을 단행할 경우 연말에는 상단이 8%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2030차주의 경우 3명 중 1명은 대출금리가 지난 6월보다 1%p만 더 올라도, 소득의 40%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부담해야 한다”면서 “취약차주 부실화 우려가 큰 만큼 금융권의 보다 촘촘한 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 1분 16초 전체 국민의 20%가 이자를 못 낼 정도인데, 기준금리를 계속 올려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은행의 부실화 우려가 더 커질 것이다. 재무건전성에 대해서 더 많은 각별한 신경을 써야되고…]

이런 가운데 국내 은행권 대출 연체율은 코로나19 지원 착시효과에도 불구하고 전달대비 0.03%p 상승한 0.24%로 2개월 연속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보미입니다.





채권발 악재로 대출 금리까지 상승하고 있다는 말인데요. 이렇게 되면 부실 문제가 또 나오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채권발 악재 때문만이 아니라 기준금리 자체가 계속 올랐기 때문에 대출부실 우려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해서 은행들은 부실 차단을 위해서 대출을 옥죄고 있는데요 특히 가계대출은 그대로 두거나 다소 완화하고 있지만 기업대출은 계속해서 줄이고 있습니다.

은행입장에선 부실 우려가 더 큰 쪽의 대출을 먼저 줄여야하는 입장이다 보니 자금줄 막혀서 부도 위기 높아진 기업들한테 주는 대출을 줄이고 있는 겁니다.



채권 시장 얼어붙고 대출금리 올라가면서 기업들 자금 조달 어려워 지고 있는데 은행까지 아예 대출을 막고 있다면 기업들 입장에선 돈 가뭄이 더 심해질 수 밖에 없는 거 아닙니까?



정부가 유동성 늘리기 위해서 돈을 풀고 있지만 기업들의 막힌 돈 줄은 좀 처럼 뚫리지 않는 상황이 바로 여기서 오고 있는 겁니다.

시중 은행들 입장에선 채권 시장 어려워 지면서 자신들도 자금 조달 어려워 지고 있고, 기준금리는 오르면서 나갔던 대출 연체가능성은 높아지고, 부실에 대비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국내 은행들의 4분기 대출행태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기업대출은 강화하고 가계대출은 완화하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출행태지수란 것이 매 분기 한국은행이 금융기관 대상으로 앞으로 대출 어떤식으로 할 것인지는 묻는 조사인데 이 지수가 플러스 값이면 대출 완화하겠다는 응답이 많다는 것이고 마이너스면 대출 조이겠다는 응답이 많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지수가 기업 대출은 마이너스가 나왔고 가계대출은 플러스 값이 나온 거죠.



그러니까 은행들이 앞으로도 가계대출은 늘리지만 기업대출은 옥죄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이런 기조는 이전 분기부터 이어져 왔는데요.

차주별, 분기별로 대출행태 지수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기업에 대한 대출행태 지수는 2분기 +3에서 3분기 -6으로 떨어졌다 4분기에도 역시 -3으로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행태 지수 역시 2분기에는 +6이었는데 3,4분기 모두 -3이었고요.

반면에 가계대출은 주택담보와 일반대출은 3분기에 주춤했긴 하지먄 기업대출과는 다르게 플러스이고 지수도 10포인트이상 높습니다.



가계대출은 취약차주들 중심으로 한창 부실문제가 제기 됐다가 정부차원에서 대출만기 연장이나 저리의 대출전환 프로그램들을 내놓으면서 이런 우려가 줄었지만 기업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은행들이 보기에 부실 우려가 남아있다고 해석을 하고 있다는 건데요.

대출 총량을 보더라도 기업대출이 지나치게 많이 늘었다 그래서 위험하다는 지적들이 많은데 실제로 얼마나 늘어난 겁니까



9월말 기준 은행들의 기업대출 잔액은 1,155조원으로 지난해 말(1,065조원)보다 90조원이 늘었습니다.

지난해 전체 기업대출이 89조원 늘었는데 올해는 3분기 만에 90조원이 늘었으니까 증가 속도가 빠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2017년 이후 최근 5년 평균 기업대출잔액 증가액이 64.2조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증가속도가 상당함을 알 수 있습니다.



기업들 대출은 많이 늘었는데 금리는 오르면서 디폴트 우려는 더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군요.



그렇습니다. 대출의 외형뿐 아니라 그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부실 징후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데요.

전경련이 기업들의 상환능력 지표인 DSR(소득 대비 원리금 상황비율)을 분석해 봤더니 국내 기업들의 DSR, 2019년 코로나 팬데믹 이전 37.7%에서 39.7%로 2%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대출받은 기업중 72.7%가 변동금리 대출을 받고 있었습니다. 10곳 가운데 7곳 이상이 금리 상승기 불리한 변동금리를 대출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 입니다.

그리고 대출을 받은 기업들이 어떤 기업들인가 봤더니 대부분 부동산업이나 도소매, 숙박, 음식업 같이 경기에 민감한 업종들이었습니다.

여기에 금리가 높은 비은행권 대출의 증가율이 은행권 대출보다 2배 이상 높다는 점도 부실징후로 꼽혔습니다.



기업대출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제2금융권과 여전사들도 컨틴전시 플랜에 들어갔다고요



그렇습니다. 대출영업을 축소한데 이어서 무이자 할부 마케팅도 줄이고 우량고객 위주의 영업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관련 내용 장슬기 기자 정리했습니다.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코리아 세일 페스타가 이달 초부터 15일간 진행됩니다.

작년에는 대부분의 카드사가 참여해 무이자 할부와 각종 할인 혜택 등을 제공했는데, 올해는 단 한 곳만 참여했습니다.

국내 카드사들이 마케팅을 축소하며 곳간을 걸어잠근 것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여전채 금리 때문입니다.

앞서 우리금융캐피탈은 200억 원 규모의 ESG채권을 무려 7.05%에, 신용등급이 AA인 현대카드도 6%가 넘는 금리로 채권을 발행했습니다.

그나마 대형 금융사의 경우 높은 금리로나마 채권 발행이 가능하지만, 신용도가 낮은 경우엔 발행조차 힘든 상황입니다.

실제 자금조달 비용 규모가 늘어나면서 주요 카드사들의 올 3분기 순익도 지난해보다 크게 줄었습니다.

채권 발행이 힘들어진 건 보험사도 마찬가지입니다.

흥국생명의 경우 5년 전 발행한 5억달러 영구채의 중도상환일이 다가왔는데, 시장 유동성 경색으로 상황이 악화되면서 결국 중도상환을 포기했습니다.

이어 DB생명도 중도상환을 내년으로 연기했고, 한화생명과 KDB생명도 내년 영구채 중도상환일이 도래하는데, 외화채 발행 여건이 악화되면서 중도상환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 자금이 없어서 상환을 못한 게 아니라 재발행을 하게 되면 지금보다 2배 이상의 금리를 더 지급을 해야 하니까…문제는 이것으로 인해 차후에 보험사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함에 있어서 어려움이 발생할 수가 있다고 생각이 들고요. 내년 상반기에 예정돼 있는 회사들에 영향이 있지 않을까…]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만큼, 2금융권의 보수적인 대출 운용 역시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한국경제TV 장슬기입니다.



최근 금융시장 상황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사태 때와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위기 당시 급격한 금리 인상에 변동금리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연체율이 높아졌었습니다. 그러면서 자금이 돌지 않는 신용경색 현상이 초래 됐는데요.

말씀처럼 지금도 그 당시와 유사한 상황입니다.

기준금리와 환율 상승하면서 투자심리가 식었고, 부동산 PF 부실 우려로 단기자금시장이 급격히 악화됐습니다.

과거와 같은 위기상황이 닥친다면 PF 등 부실 우려 대출이 많은 증권사나 제2금융권이 먼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금의 신용경색 현상 언제까지 지속될까요?



전문가들 조차도 예상하길 어려워하고 꺼리기도 하는 부분인데요.

아직 본격적인 위기는 시작되지 않았다는 것이 공통된 시각입니다.

그럼 언제부터 위기가 닥칠 것이냐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미국 금리 인상이 끝나고 고금리로 1년여를 지낸 뒤 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들 예상대로라면 미국이 올해 말 혹은 내년 초까지 금리를 올린다고 가정했을 때 내년 말이나 2024년 초가 위기의 시작점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겁니다.



제2의 금융위기를 맞지 않기위해서 기업들 스스로의 유동성 확보 노력과 함께 다양한 지원책이 병행돼야 겠습니다.

경제부 신용훈 기자였습니다.
신용훈 기자·김보미 기자·장슬기 기자 syh@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