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코앞인데도 '웽웽'…철 없는 모기 주의보


서울 강서구에 사는 황모씨(31)는 요즘 ‘윙윙’ 거리는 모기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종아리와 팔 등 여러 곳을 물려 새벽부터 모기와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 황씨는 지난달 서랍에 넣어뒀던 전자모기향을 다시 꺼냈다. 그는 “찬바람이 부는 때에 모기를 잡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입동(11월 7일)이 코앞인데도 모기들이 극성이다. 온라인 쇼핑몰에선 모기 퇴치용품이 잘팔리는 기현상이 벌어진다. 모기 개체수가 늘어난 건 아니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디지털 모기측정기(DMS)를 통해 채집된 모기 수는 올 들어(5월 첫째주~10월 셋째주) 32만9296마리로 지난해보다 20.8% 줄었다.문제는 장기화된 모기들의 활동 기간이다. 따뜻한 날씨가 길어지면서 10월 중순이면 끝날 모기 시즌이 11월까지 이어진 것이다.

모기는 기온이 16도 이하로 떨어져야 활동을 멈추기 시작하는데, 지난 9월 전국 평균 기온은 21도로 평년보다 0.5도 높았다. 따뜻하고 습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정화조 등 소수의 모기들이 버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고, 이 모기들이 실내로 들어오면서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희 한국곤충연구소 박사는 “비교적 포근한 날씨 탓에 모기의 활동량이 줄지 않았다”며 “월동을 앞두고 번식을 위해 사람에게 달려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몰에는 모기 퇴치용품 판매량이 전년 대비 급증했다. 지난달 24일부터 일주일간 모기 관련 용품 매출을 분석한 결과 11번가에선 모기장 매출이 전년보다 36% 뛰었다. G마켓에선 전기 모기채 판매량이 7% 늘었고, SSG닷컴에선 모기약 판매량이 20% 증가했다. 온라인 쇼핑몰 관계자는 “겨울이 가까워지는데도 모기 퇴치용품이 꾸준히 팔리고 있다”며 “과거와 비교했을 때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모기 활동 시기가 늘어나면서 말라리아, 일본뇌염 등 감염병 우려도 나온다. 말라리아를 옮기는 얼룩날개모기는 날개에 흑색 반점이 있는 소형 모기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한국의 말라리아 발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전국 말라리아 환자는 2018년 576명에서 2019년 559명, 2020년 389명, 2021년 294명 등 4년간 꾸준히 신고되고 있다.특히 고양 김포 남양주 등 경기도권에서 환자 발생 비중이 갈수록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모기 활동 시기가 길어지면서 경기 북부 거주자는 말라리아 등 감염병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