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식 16년전 범행, 검찰 발품으로 확보한 DNA가 '스모킹건'

경인지역 7개 경찰서 미제 기록창고서 서류 일일이 확인
2006년 DNA 분석자료 발견해 대조…"전산화 안돼 수사에 고충"

연쇄 아동성범죄자 김근식(54)식의 16년 전 추가 범행이 밝혀지게 된 스모킹건은 검찰의 '발품'으로 확보한 유전자(DNA) 정보였다. 수원지검 안양지청(김성훈 지청장)은 지난달 16일 출소를 앞둔 김근식을 인천지역 아동 강제추행 혐의로 재구속했다.
김근식은 2006년 5∼9월 수도권에서 미성년자 11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고 안양교도소에 복역 중이었다.

김근식의 추가 혐의를 밝힐 검찰에게 주어진 기간은 한 차례 구속기한 연장을 포함해 20일.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만이 김근식의 범행을 증명하고 있었기 때문에 검찰은 이를 뒷받침할 확실한 증거가 필요했다. 이에 김근식이 주로 범행했던 지역 관할인 경기·인천지역 경찰서 7곳의 미제사건 기록을 일일이 뒤져보기 시작했다.

시일이 오래 지난 기록은 전산으로 관리되지 않아 검사와 수사관들은 경찰서 기록보관 창고에 보관된 서류들을 하나하나 확인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사건 당시 피해자의 보호자가 경찰에 신고한 기록을 발견했고, 기록에 남아있는 피해 일시가 특정되면서 이 사건 범인이 김근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그 기간 김근식은 구금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검찰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김근식의 과거 범행과 유사한 수법으로 아동을 강제 추행한 미제사건들을 면밀히 살펴봤다.

그중 신원미상 범인의 DNA를 분석한 자료를 발견했고, 대검 디엔에이·화학분석과에 감정한 결과 김근식의 DNA와 일치한다는 결과를 받았다. 검찰이 내민 객관적 증거물에 김근식도 결국 자백했다.

2006년 9월 경기도 내 한 초등학교 인근 야산에서 13세 미만 아동을 강제추행한 사건이었다.

결국 검찰은 4일 김근식을 성폭력처벌 및 피해자보호법(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등)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일각에선 미제사건 범인의 DNA가 전산화돼있었다면, 더 신속하게 김근식의 추가 범행을 밝혀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일명 DNA법(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2010년부터 범죄 현장 및 피해자 신체 등에서 확보한 DNA 정보 중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것은 데이터베이스로 관리되고 있다.

이 정보들은 다른 사건으로 검거된 범인들의 DNA와 대조 분석을 거쳐 과거 미제사건의 진범을 밝혀내는 데 사용되고 있다.
실제로 대검 'DNA 신원확인정보 데이터베이스 운영보고서'에 따르면 교도소 수용자의 DNA와 일치해 재수사가 시작된 미제사건은 지난해 72건을 포함해 2010년 이후 최근 12년간 2천457건이고 이 중 43.7%가 유죄로 확정됐다.

다만 2010년 이전 확보된 DNA 정보 등록에 관해선 해당 법률에 별도로 규정돼 있지 않다.

이번에 검찰이 확인한 김근식의 추가 범행 현장에서 확보된 DNA 분석 자료도 국과수 데이터베이스에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김근식의 2006년 범행 관련 DNA 정보가 전산화돼 있었다면, 진작에 사건도 해결되고 김근식이 수감 중일 때 추가 기소돼 계속 수형 중이었을 것"이라며 "법률상 데이터베이스 등록이 의무사항이 아니라더라도 진실 규명을 위해 과거 자료까지 모두 전산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