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히 증가하는 소비자와 마르지 않는 시장이 존재한다면?
입력
수정
한경 CMO Insight■ 「공학의 시간」이순석
마케터를 위한 신간 서적 저자 기고
오늘날 회자되는 ‘메타버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합니다. 제페토 가입자 수 2억 명 돌파와 로블록스의 하루 접속자 수가 4000만 명에 달한다는 뉴스는 메타버스가 펼칠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이제는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메타버스에서는 아바타에게 입힐 옷과 액세서리를 제작해 파는 사람들도 생겼고, 이러한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새로운 세계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오늘날 펼쳐진 초기 메타버스를 잠시 훔쳐봅시다. 역시나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빠릅니다. K팝 아이돌을 중심으로 한 캐릭터, 음원, 뮤직비디오부터 가상세계의 굿즈와 물질세계의 굿즈까지 새로운 시장의 생태계를 빠르게 구축해나가고 있습니다.
메타버스의 세계를 즐기기 위한 준비는 간단합니다. 스마트폰에 앱을 깔고 결제 수단을 등록하고 이어폰을 연결하기만 하면 됩니다. 더 실감 나는 경험을 위해 AR이나 VR 기기를 구매해 착용하면 금상첨화입니다. 이미 MFAANG 기업들은 이 시장에 엄청난 자원과 에너지를 투입하고 있습니다.낯선 풍경에서도 시장과 상품은 분명하게 존재합니다. 시간과 공간과 인간 사이를 가로막는 제약 요소들이 걷히는 환경에서는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도 당연히 달라질 것입니다. 기존 물질세계는 토지, 노동, 자본을 생산의 3요소로 이루어진 가치 생산 메커니즘입니다.
그러나 탈물질세계인 메타버스에는 토지가 없습니다. 노동도 없습니다. 자본은 직접적인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대신 메타버스에는 가상의 자연을 만드는 데이터와, 실물 상품을 만들어내는 노동 대신 데이터를 기반으로 매력적인 세계를 구상할 판짜기 능력이 필요합니다.
기존에는 상품을 만들기 위해 자본과 생산 수단이 필요했습니다. 이제 이것은 컴퓨터와 클라우드, AI로 대체될 것입니다. 소유보다는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저렴하게 빌리는 회원제 형식으로 전환되어 물질세계에서 절대적이었던 자본의 힘은 약화될 것입니다.대신 공감과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팬덤’이 자본의 자리를 대신합니다. 팬덤은 즉시 자본으로 전환되고 생산수단을 확보할 수 있게 합니다.
미국에서 활동 중인 이론물리학자 제프리 웨스트는 ‘다양성 확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도시의 크기가 두 배가 되면, 사업장의 수도 두 배로 늘지만, 새로운 유형의 사업체 역시 5퍼센트 증가합니다. 다양성은 인구의 크기에 비례해 증가한다는 의미입니다.
탈물질세계에는 시공간적 제약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또한 탈물질 세계에서의 활동 단위는 개인이 아니라 메타버스마다 서로 다르게 활동하는 페르소나입니다. 한 인간의 페르소나는 수를 특정할 수 없기 때문에 탈물질세계의 시장 크기 역시 물질세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여기에 루만의 체계이론적 관점을 적용해보면, 페르소나 자체도 하나의 체계이므로 자연 발생될 수 있다는 가설까지 세워볼 수 있습니다. 만일 이런 가설이 가능하다면, 탈물질세계의 크기는 한정할 수 없이 무한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탈물질세계가 확대되면 어떻게 될까요? 인간 욕망에 한계를 지을 수 없는 한, 계속해서 새로운 욕망과 니즈, 소비로 확장될 것입니다. 새로운 경험에 대한 욕구가 계속해서 증가할 것입니다.
지금, 거대한 시장이 새로운 탄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마케터를 위한 지식·정보 플랫폼
■ 한경 CMO 인사이트 구독하기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956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