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 감축' 글래스고조약 후 1년…세계 석탄 사용 오히려 증가

석탄 사용량을 줄이겠다는 역사적인 글래스고 기후 조약이 나온 지 거의 1년이 지났지만, 오히려 석탄 사용량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주요국은 석탄 발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내용의 조약을 채택했다. 하지만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 자료에 따르면 작년 9월∼올해 8월 1년간 세계 석탄 발전량은 그 1년 전보다 오히려 1%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이 4일 보도했다.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기후 변화로 인해 전 세계가 홍수·가뭄·폭풍 등으로 피해를 보고 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 등으로 여전히 석탄이 세계 최대 전력 공급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세계 석탄 생산량의 70%를 사용하는 중국과 인도는 가뭄에 따른 수력·원자력 발전 감소의 영향으로 석탄 화력발전소를 더 짓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유럽에서는 원자력·수력 발전량이 줄어든 가운데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 중단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중국에서는 지난 7∼8월 기록적인 가뭄으로 수력 발전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석탄 소비를 각각 늘렸다.

미국에서는 탄광업체들이 세계 석탄 수요 증가에 발맞추고 석탄 가격 상승의 이익을 누리기 위해 석탄 발전소 폐쇄를 미루고 있어 올해 석탄 생산량이 3.5%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과 인도에서는 오히려 석탄 발전소를 더 세우고 있는데, 중국의 한 업계 관계자는 2025년에는 중국에서 건설 인허가를 받는 석탄 발전소 개수가 미국 같은 나라의 전체 석탄 발전소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는 전력 저장 비용이 크게 하락하지 않는 한 2020년대 말까지 석탄 발전소 숫자를 약 25% 늘릴 계획이다.

올해 석탄 수요가 급증하면서 석탄 가격도 역대 최고로 올랐다.

아시아 석탄값 지표인 호주 뉴캐슬항 석탄 선물 가격은 1t당 약 360달러(약 51만원)로 2년 전의 무려 6배로 뛰었다. 이처럼 석탄 수요 증가와 가격 상승에 힘입어 광물 등 원자재 거래업체 글렌코어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작년 동기의 거의 10배인 89억달러(약 12조6천3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석탄 사용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희망이 없지는 않다.

기업 주주와 은행들이 윤리적인 이유 또는 이익을 내기 전 발전소를 닫아야 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 석탄 발전에 지출하기를 꺼리면서 석탄에 대한 투자는 점점 줄고 있다.

독일의 환경단체 우르게발트에 따르면 현재 건설 계획 단계인 석탄 발전소 규모는 발전 용량 기준으로 473기가와트(GW)다.

2017년에 건설 중이었던 석탄 발전소 규모가 1천600GW에 이른 것과 비교하면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줄었지만, 건설 계획 중인 발전소가 모두 지어지면 세계 석탄 발전소 규모는 25% 가까이 늘어나게 된다.

따라서 목표대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려면 현 석탄 발전소 중 절반은 문을 닫아야 한다고 우르게발트는 전망했다.

석탄 가격이 비싼 것도 변수다.

석탄값이 오르면 정해진 요금으로 공급되는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더 큰 비용이 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중국이 새 석탄 발전소 건설에 투자하고는 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자금을 친환경 전력·에너지 저장 분야에 투입하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도 풍력·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가속할 수 있다. 유럽에서도 재생에너지 수요가 증가해 상반기 중국산 태양광 패널 수입이 작년 동기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