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5분 광고…넷플릭스 몰입도 뚝"

광고형 요금제 체험해보니

광고 봐야 영상 볼 수 있어
'빨리 감기' 기능도 없어져
전체 콘텐츠 10%는 시청 불가
“최상의 시청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광고를 넣지 않겠다”던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에 광고가 덕지덕지 붙었다.

넷플릭스가 저가 요금제 ‘광고형 베이식’ 회원을 4일부터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가입해 보니 광고가 넷플릭스의 틀을 얼마나 많이 바꿨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작품별로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한 시간에 4~5분 정도 광고가 붙었다. 유튜브처럼 몇 초 본 다음 건너뛰는 기능도 없다. 그러다 보니 몰입도가 떨어졌다. 기존 최저가 요금제(베이식·월 9500원)보다 가격을 4000원이나 낮춘 것에 대한 대가였다.

월 5500원짜리 광고형 베이식 요금제에 가입한 뒤 영화 ‘20세기 소녀’를 골랐다. 지난달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현재 한국에서 영화 부문 1위에 오른 작품이다. 곧바로 영화로 연결되던 기존 요금제와 달리 광고부터 나왔다. 화면 오른쪽 위엔 ‘광고’ 표시와 함께 콘텐츠 시청으로 넘어가기 전 광고가 몇 초 남았는지 떴다.

특이한 건 ‘빨리 감기’ 기능을 없앴다는 점이다. 콘텐츠를 빨리 감기로 감상하는 사람에겐 광고시간도 그만큼 줄여줘야 한다는 논란을 피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예컨대 1시간짜리 드라마를 2배속으로 돌려 30분 만에 본 시청자에겐 4분짜리 광고도 2분으로 단축해야 한다는 요구를 원천봉쇄했다는 얘기다. 광고가 언제쯤 나올지는 가늠할 수 있도록 했다. 화면 아래쪽에 가로로 길쭉하게 그려진 재생 바엔 광고가 나오는 시점이 노란색으로 희미하게 표시돼 있다.광고 시간은 작품마다 제각각이다. 자체 제작 여부, 인기, 제작 시기 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20세기 소녀’는 시작 전 30초 광고가 붙었지만, 3시간29분짜리 오리지널 영화 ‘아이리시맨’(2019)엔 광고가 안 붙었다. 인기 영화 ‘라라랜드’(2016)엔 시작 전 광고 한 개와 중간광고 한 개가 30초씩 흘렀다.

이 요금제의 또 다른 단점은 전체 콘텐츠의 10% 정도는 감상할 수 없다는 점이다. ‘레미제라블’ ‘맘마미아!’ 등에는 자물쇠 표시가 붙었다. 라이선스 문제로 넷플릭스가 자체 광고를 붙일 수 없는 작품들이다. 귀찮은 점도 있다. 광고형 요금제를 선택하면 성별, 생년월일 등 개인정보 일부도 넷플릭스에 제공해야 한다. 넷플릭스는 성별과 나이를 감안한 맞춤형 광고를 내보낼 계획이다. 개인 인터넷주소(IP)를 기반으로 한 일반 위치정보도 수집한다.

넷플릭스가 광고형 요금제를 도입하며 광고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가가 높은데도 넷플릭스의 광고 물량은 완판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