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가경쟁력, 포괄적 전략이 필요하다

문휘창 국제경쟁력연구원 이사장·서울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
작년 7월 2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한국을 개도국 지위에서 선진국 지위로 올려놓았다. UNCTAD 설립 후 개도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지위가 변경된 국가는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런데 아직도 왜 한국 경제는 불안한가? 국가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적 요인으로 거시경제정책, 산업정책, 무역·외환정책으로는 오늘날의 복잡한 국가경쟁력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최근 필자가 공동연구자로 스위스에서 발표한 ‘국가경쟁력 연구 및 순위’에서는 물적요인을 생산조건, 경영여건, 관련분야, 수요조건 등 네 개 분야로 나누고 인적요인 역시 네 개 분야인 근로자, 정치인과 행정관료, 기업가, 전문가로 나눠 환율이나 전쟁 등 새로운 경영환경이 변할 때, 이들 여덟 가지 요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포괄적으로 분석하는 IPS 경쟁력 모델을 소개했다.이 모델에서 개발도상국의 특징인 물적요인 중 생산조건과 인적요인 중 근로자에게 특히 중점을 두는 전략은 ‘저원가 전략’이라고 볼 수 있고, 선진국의 특징인 물적요인 중 수요조건과 인적요인 중 전문가에 중점을 두는 전략은 ‘차별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같은 자원을 갖고 있더라도 저원가 전략 또는 차별화 전략을 취하면 확연히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보여줬다.

2022년 IPS 국가경쟁력 연구에서 전 세계 62개 국가·지역 중 한국은 저원가 전략을 택하면 22등으로 하락하지만, 차별화 전략을 택하면 15등으로 상승할 수 있다. 중국의 경우 저원가 전략은 4등이고 차별화 전략은 19등이다. 따라서 한국과 중국은 아직은 경쟁보다는 보완관계에 있다. 우리가 흔히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인건비 경쟁에서 상대가 안 되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이 힘들다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과 이들 국가는 이미 경쟁 모델이 다르다.

인건비 경쟁이 안 되면 품질로 승부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이런 전략도 쉽지 않다. 기술 수준이 평준화되면서 제품 품질에도 큰 차이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기술 발전이 느릴 때는 제조 역량이 결정적으로 중요하지만 오늘날과 같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과 같은 신기술이 빠르게 발전할 때는 이런 신기술 발전에 선구자가 돼야 한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제조업과 반도체에만 너무 집중하고 있다. 국가경쟁력과 관련해 기업경쟁력에도 포괄적인 이해와 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