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스부르크, 매혹의 걸작들] 왕실 관료 연봉의 8배…금박 장식 '명품 갑옷'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 남성들은 누구나 좋은 갑옷을 갖고 싶어 했다. ‘명품 갑옷’을 입으면 전쟁이나 마상 시합 등에서 몸을 보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회적 지위와 재력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으로 치면 페라리, 포르쉐 등 슈퍼카를 타고 다니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화려한 금박 장식이 들어간 이 갑옷은 페르디난트 2세 대공(1529~1595)이 아버지인 페르디난트 1세 신성로마제국 황제(1503~1564)로부터 1547년 선물 받은 것이다. 아버지는 금지옥엽 같은 아들을 위해 황실 갑옷 제조공에게 최고의 갑옷을 주문했다. 표면 전체에 옛 오스트리아의 상징인 독수리를 새겨 ‘독수리 갑옷’으로 불린다. 현존하는 르네상스식 갑옷 세트 중 가장 크다. 치마로 된 갑옷은 이 시기 갑옷에서 보기 드문 디자인이다. 부속품은 90개.그만큼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갔다. 당시 왕실 관료의 연봉은 100길더였는데, 갑옷 제작자에게 지급한 인건비(400길더)와 무늬 작업자에게 준 돈(63길더), 부가 재료값(110길더)과 금도금비(265길더)를 합하면 838길더에 달했다.

중앙정부 공무원 연봉의 여덟 배 이상이니 지금 한국 돈으로 4억~5억원 수준이다. 전시는 3월 1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