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광부들 매몰공간서 221시간 버텨…인간승리 한계는?

국내 최장 광산 고립은 368시간, 칠레에선 1천600여 시간까지 견뎌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에서 매몰된 광부 2명이 4일 오후 221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되면서 극한의 악조건을 이겨내고 생환한 사례가 새삼 시선을 끈다. 5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국내 광산사고와 관련해 역대 최장 시간 매몰됐다 생환한 사례는 지난 1967년으로 파악됐다.

그해 8월 22일 충남 청양군 구봉광산 매몰 사고로 광부 양창선(당시 36세)씨가 지하 125m 갱 속에 갇혔다가 15일(368시간) 만에 구조됐다.

양씨는 부인이 싸준 도시락을 이틀간 나눠 먹고 천장에서 떨어지는 지하수를 도시락통에 받아 마시며 허기를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1982년 8월에는 강원도 태백탄광에서 배대창(당시 42세)씨 등 광부 4명이 14일(349시간)동안 갱 안에 갇혔다가 극적으로 생환했다.

당시 사망자 없이 매몰자가 모두 무사히 살아 돌아오면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1981년 1월에는 경북 문경 은성광업소 매몰사고로 광부 이옥철(당시 34세)씨가 거의 5일(115시간)을 버티다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외국 탄광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줄을 잇는다.

2010년 8월 칠레 북부 코피아포의 산호세 구리 광산이 붕괴하면서 19∼63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광부 33명이 매몰됐다가 69일 만(1천600여 시간)에 구조됐다.

이들은 지하 700m 어둠 속에서 소량의 비상식량을 공평하게 나누면서 서로 믿고 의지해 감동 스토리를 남겼다. 2016년 1월에는 중국 산둥성 석고광산에서 붕괴 사고로 매몰된 광부 4명이 지하 수백m 폐쇄 공간에서 36일을 버틴 끝에 살아 돌아왔다.

2021년 1월에도 중국 산둥성 한 금광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광부 11명이 지하 580m 공간에 매몰됐다가 2주일 만에 극적으로 구출되기도 했다.

광산 고립사고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 최장 시간 매몰됐다 생환한 사례는 1995년 6월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당시 박승현(당시 19세·여)씨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음식은 물론 물 한 방울도 먹지 못하는 극한의 상황에서 17일(377시간)을 버티고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구조돼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