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믹스 먹으며 버텼다"…'기적의 생환'이 가능했던 이유 [시선+]

봉화 광산 매몰사고 작업자 무사생환 소식에 '눈길'
섭취시 몸에 힘·열 내게 해줘 '긴급 식량' 역할 톡톡
경북 봉화 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던 광부 2명이 지난 4일 오후 11시3분께 무사히 구조됐다. / 사진=소방청 제공
기적이었다. 경북 봉화 광산 매몰 사고로 갇혔던 작업자 2명이 무려 221시간 만에 살아 돌아왔다. 지하 190m 지점에 열흘가량 고립됐던 이들은, 지난 4일 밤늦게 갱도에서 두 발로 걸어나왔다.

걱정했던 것에 비하면 다행히 큰 탈 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무사 생환했다. 살아 돌아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던 가족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구조 당국에 따르면 작업자들은 비닐로 천막을 치고 마른 나무로 모닥불을 피워가며 고립을 버텨냈다. 추위는 견뎠다 해도 먹을 게 없었을 텐데, 하는 궁금증에 당국 관계자는 “커피믹스를 밥처럼 드시며 버텨내셨다고 한다”고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한 포당 열량 50㎉ 정도인 커피믹스가 고립된 기간 이들이 비교적 건강한 상태로 지내다 무사 생환하는 데 역할을 톡톡히 했다.

시중 판매 커피믹스 품질을 비교 분석한 한국소비자원 자료에 따르면 커피믹스 성분은 각성 효과를 내는 카페인을 비롯해 탄수화물·지방·당류 등으로 구성돼 있다. 탄수화물에 속하는 설탕은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한다. 설탕은 포도당(단당류)과 과당이 결합된 형태인데 단당류는 소화를 거치지 않고 즉시 몸에 흡수돼 힘과 열을 낼 수 있게 해준다.
사진=동서식품 제공
지속적으로 과다 섭취할 경우 카페인으로 인한 각종 장애나 당류와 포화지방으로 인한 심혈관계 질환이 발생할 우려가 있지만, 비상 상황에선 간편히 휴대하던 커피믹스를 긴급식량으로 삼을 만하다는 얘기다.

일례로 2018년 방영된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선 극중에서 생활고를 겪는 아이유(이지안 역)가 식사 대용으로 커피 믹스를 따뜻한 물에 타 먹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이처럼 대기업 사무직부터 현장 노동자들까지 일상적으로 즐겨먹는 커피믹스지만 인기가 예전 같진 않다. 시장점유율 80%를 넘나드는 업계 부동의 1위 동서식품은 지난해 매출 1조5495억원으로 전년(2020년) 대비 소폭(0.5%) 줄었다. 원두커피로 트렌드가 바뀌며 커피믹스 시장이 축소된 데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재택근무 등이 늘어나면서 사무실에 박스째 사놓는 커피믹스 수요가 줄었다고 이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하지만 이번 사고로 관심이 집중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커피믹스에 대한 언급이 부쩍 늘었다. 커피믹스에 얽힌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는가 하면 온라인 주식 게시판에서 관련 업체가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SBS 예능 ‘집사부일체’, MBC 예능 ‘심야괴담회’ 등에 출연했던 곽재식 작가는 5일 페이스북에 “가방에 커피믹스 하나 행운의 증표로 항상 갖고 다녀야겠다. 아무리 힘들고 일이 안 풀리고 모든 게 다 끝장나서 구렁텅이 깊이 묻혀 있는 것 같아도, 그래도 다시 헤쳐나올 수가 있고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을 잊지 않도록”이라고 썼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