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 지역경제] 제주는 미디어아트 전시의 '메카'

연간 수십만명 전시장 찾아…명화부터 자연, 신화까지 주제도 다양

제주도가 디지털 영상, 음향 등을 공간과 결합한 미디어아트(Media Art) 전시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2018년 '빛의 벙커'를 필두로 2020년 개장한 아르떼뮤지엄, 2021년 문을 연 '노형수퍼마켙' 등 미디어아트 전시관이 차례로 생기며 미디어아트 전시관이 제주도 관광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1만5천원에서 1만8천원까지 입장료가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책보다 스마트폰이 더 친숙한 디지털 세대가 트렌드를 주도하면서 국내 제일의 관광휴양지인 제주에서 미디어아트 전시는 갈수록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명화를 재구성해 웅장한 음향과 함께 선보이는 방식부터 스토리를 가진 인터랙티브 창작물까지 그 영역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 악천후 때 단순히 야외 관광을 대체하는 대체재로서가 아니라 미디어아트 전시를 보기 위해 제주를 찾는 경우도 크게 늘었다.

연간 수십만명이 도내 미디어아트 전시장을 찾으면서 제주에서의 미디어아트 전시 경험이 전시 산업 수출의 밑거름이 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제주를 대표하는 미디어아트 전시장 세 곳을 소개한다. ◇ 새롭게 만나는 명화들…빛의 벙커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의 '빛의 벙커(Bunker de Lumieres)'는 옛 국가 기간통신시설이었던 숨겨진 벙커를 빛과 소리로 새롭게 탄생시킨 문화 재생 공간으로, 현재 제주를 대표하는 예술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이 벙커는 1990년 우리나라와 일본을 잇는 해저 광케이블을 관리하던 비밀시설로 지어졌다.

2013년 벙커가 역할을 다하고 민영화되면서 다양한 공연과 전시장으로 쓰이다가 티모넷이 2017년부터 빛의 벙커 전시를 준비하게 됐다. 가로 100m, 세로 50m, 내부 높이 5.5m로 축구장 절반 정도 크기에 해당하는 약 3천㎡ 면적이다.

외부의 빛과 소음이 완벽히 차단된 이 공간에는 곳곳에 고화질 프로젝터가 설치되어 있으며, 벽면, 기둥, 바닥 등 사방에 명화가 투사돼 역동적인 화면과 음악으로 다른 차원의 몰입감을 선사한다.

서양 명화로 구성된 상설 전시실과 국내 근현대 및 전통미술로 구성된 기획전시 등 2개 공간이 있다.

전기·통신·수도·소방 등 여러 기반 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데다 자연 공기 순환 방식을 이용해 연중 16도 내외의 쾌적한 온도를 유지한다.

2018년 개관이래 '빛의 벙커: 클림트' 전과 '빛의 벙커: 반 고흐' 전, '빛의 벙커: '모네, 르누아르…샤갈, 지중해의 화가들'전이 차례로 열리며 연인원 180만명 이상의 관람객을 끌어모았다.

빛의 벙커에서는 4일 네 번째 전시 '세잔, 프로방스의 빛(Cezanne, The Lights of Provence)'을 시작했다.

전시는 2023년 10월 15일까지 이어진다.

◇ 최첨단 기술로 표현한 자연…아르떼뮤지엄
제주시 애월읍 어음리에 있는 '아르떼뮤지엄(ARTE MUSEUM)'은 디스트릭트코리아가 2020년 9월 운영을 시작한 몰입형 미디어아트 상설 전시관이다.
아르떼뮤지엄 제주는 과거 스피커 제조 공장으로 사용되던 약 4천628㎡, 최대 10m 높이의 공간을 개조해 '영원한 자연(Eternal Nature)'을 주제로 한 다채로운 미디어아트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아르떼뮤지엄 제주는 '섬'을 주제로 특화했다.

해변, 파도, 폭포, 꽃, 달, 숲 등 11개의 다양한 전시 공간으로 구성됐다.

전시에는 관객들의 몰입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아나몰픽, 퍼스펙티브 뷰, 프로젝션 매핑, 홀로그램,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등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 기술이 적용됐다.

디스트릭트코리아는 아르떼뮤지엄 제주를 시작으로 2021년 8월 전남 여수, 12월 강원 강릉에도 전시관을 열었고, 아르떼뮤지엄을 운영하면서 확보한 기술을 바탕으로 올해 홍콩, 2023년 미국 라스베이거스, 뉴욕, 중국 베이징 등에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을 열 계획이다.

◇ 복고 분위기 속 상상의 세계…노형슈퍼마켙
제주시 해안동에 위치한 '노형수퍼마켙'은 이머시브마켓이 옛 서커스장을 리모델링해 운영하고 있다.

약 4천㎡의 면적에 6층 건물 높이에 해당하는 최대 20m의 높이로 국내 미디어아트 전시장 가운데 스케일이 가장 크다.
'노형수퍼마켙'은 슈퍼마켓을 가듯 사소한 일상이 '노형수퍼마켙'에 들어서는 순간 일상을 넘어서는 새로운 공간으로 거듭난다는 설정 아래 다양하고 색다른 전시공간을 선보인다.

복고 감성을 살리기 위해 과거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수퍼마켙'이란 오자 표기를 그대로 썼다.

'노형'은 제주시 노형동을 의미한다.

흑백의 건물과 대비되는 다채롭고 화려한 색채의 빛을 사용해 관람객들에게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상에서 벗어나 꿈과 희망을 찾아 떠나는 새로운 세계를 체험할 수 있다. 관객들은 일반 극장처럼 정해진 시간에 입장하지만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우리가 사는 세상과 신화, 설화, 상상 등 또 다른 세상을 연결하는 '잃어버린 문(The Forgotten Doors)'를 주제로 한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