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뺏긴 시장 찾아라"…日 13조원 투입 '특단의 대책'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2차 추경에 반도체예산 1.3조엔 편성
미일 공동연구센터 설립에 3500억엔
반도체 공장유치 4500억·소재에 3700억
국채 23조 추가발행..연말 정부부채 1300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본 정부가 자체 반도체 공급망을 마련하는데 13조원을 새로 투입한다. 미국과 공동으로 최첨단 반도체를 개발하고, 반도체 소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경제 안전보장을 확보하는 동시에 한국과 대만에 빼앗긴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회복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29조엔(약 279조원) 규모로 편성하는 제2차 추가경정 예산안에 총 1조3000억엔에 달하는 반도체 관련 예산을 포함시켰다고 6일 보도했다.미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개발하는 차세대 반도체 연구센터를 만드는데 3500억엔, 첨단 반도체 생산공장을 유치하는데 4500억엔, 희토류와 같이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소재를 확보하는데 3700억엔 등을 배정했다. "경제안전보장 차원에서 중요성이 높아지는 반도체 공급망을 일본에 자체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두 나라는 지난 7월말 미국 수도 워싱턴DC에서 열린 첫 번째 미·일 경제정책 협의 위원회(경제판 2+2)에서 양자컴퓨터와 인공지능(AI)에 쓰이는 차세대 반도체를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희토류 같이 중국 의존도가 높은 분야에서 함께 공급망을 구축하고 자원을 확보해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는 데도 협력하기로 했다.

일본은 연내 미일 공동 반도체 연구센터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 연구센터에서는 회로 선폭이 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의 최첨단 반도체를 개발할 계획이다. 두 나라는 2030년 전까지 연구센터가 개발한 첨단 반도체를 양산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6170억엔 규모의 반도체 보조금 제도를 신설했다. 일본에 반도체 공장을 새로 짓는 기업에 일본 정부가 투자비의 절반을 지원한다. 이 제도로 일본은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수탁회사)인 대만 TSMC의 공장을 구마모토현에 유치하는 등 성과를 냈다. 내년에도 4500억엔을 투입해 글로벌 반도체 공장을 일본에 적극적으로 유치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 정부는 한국과 중국에 빼앗긴 세계 배터리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서도 9000억엔 규모의 지원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와 별도로 지난 5월 제정한 경제안전보장추진법(경제안보법)을 통해 반도체 등 20가지 핵심 기술 개발에 최대 5000억엔을 지원할 계획이다.일본 정부는 오는 8일 국무회의에서 2차 추경 예산안을 의결하고 연내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킬 계획이다. 2차 추경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일본은 22조8000억엔의 국채를 새로 발행한다. 부족한 세수를 마련하기 위해 올해 발행하는 국채 규모는 62조4000억엔으로 불어난다.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으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110조엔을 추가 발행했던 2020년 이후 두번째로 큰 규모다.

올 6월말 1255조엔까지 늘어난 일본의 정부 부채는 연말이면 1300조엔에 다다를 전망이다.
지난해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262.5%로 주요 7개국(G7) 가운데 가장 높았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