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쓰러진 록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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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프롤로그>
암흑의 일제 강점기와 비극적인 한국동란을 거치면서 미래를 기약할 수 없던 우리나라는 특유의 끈기와 열정으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게 되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초심과 기본을 잃어버린 후 곳곳에서 위기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영화 <록키(Rocky), 1976>에서 3류 인생을 살던 길거리 복서가 인간적인 심성과 성실한 노력으로 챔피언에 도전하여 자존감을 찾게 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순수한 꿈과 초심을 잃고 자만심과 매너리즘에 빠지면서 소중한 것들이 사라지고 링 위에 쓰러지고 만다. 최근 아까운 청춘들을 앗아간 핼러윈 참사는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국가를 밝히는 등불이 꺼질 수 있다는 경고로 느껴진다. 사회 환부의 대수술과 국민계몽운동으로 꺼져가는 희망의 불씨를 되살려 내야 할 것이다.<영화 줄거리 요약>
미국 독립기념 200주년을 맞는 1975년 11월의 필라델피아, 이탈리아계 미국인 이민자 록키 발보아(실베스트 스탤론) 는 변변한 직업도 없이 사채업자의 수금원 노릇을 하는 무명 복서로 희망도 없이 살아가고 있다. 이 무렵 헤비급 세계 챔피언인 아폴로 크리드는 독립기념일에 맞춰 아메리칸 드림을 되살린다는 명분으로 자신의 도전자로 이탈리아 종마라는 별명을 가진 록키를 전격 지명한다.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기회지만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록키는 일생일대의 중대한 결정을 하게 된다.
[이 영화는 아카데미 3개 부문(작품상, 감독상, 편집상)을 수상했다]<관전 포인트>
A. 록키는 어떤 청년이었나?
가난에 찌들어 사는 탓에 제대로 훈련도 받지 못하고 왼손잡이 복서로 시합마저 잡지 못해 다른 복서들의 싸구려 스파링 파트너나 하는 게 일상이고 생계를 위해 사채 수금원을 하는 밑바닥 인생이지만 양심이 있고 정의감이 강해 비행 청소년들을 챙기기도 하는 따뜻한 인간미를 가진 착한 청년이었다. 또한 반려동물용품 가게의 점원이자 절친인 폴리의 여동생 애드리언을 짝사랑하면서 순정적인 연애를 꿈꾸기도 한다.
B. 록키에게 다가온 큰 기회는?
핵주먹이라 불리는 헤비급 챔피언 아폴로가 도전자의 손가락 골절로 경기가 취소되자, 독립기념행사로 무명 선수와의 타이틀전을 제안하고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이탈리아인 냄새가 나는 이탈리아 종마라는 별명을 가진 록키를 전격 지명하게 된다. 그리고 아폴로는 언론에 3라운드 안에 끝내 주겠다고 호언장담한다. 기쁨과 두려움에 차 있던 록키에게 평소 자신을 눈여겨보던 관록의 미키 관장이 트레이너를 제의하면서 일생일대의 결전을 준비하게 된다.
C. 록키의 남다른 훈련과정은?
트레이너인 미키는 "45분짜리 시합을 뛰려면 45,000분 동안 지옥훈련을 해야 돼"라며 절제 없이 살아온 록키의 기초체력 강화를 시작한다. 록키는 새벽마다 동네를 뛰면서 주민들에게 응원을 받고 필라델피아 미술관 앞 높은 계단까지 힘차게 달려가 만세를 외치는 정신 훈련을 하게 된다. 또한 자신이 일하는 정육점에서 샌드백 대신 냉동 갈비육을 맨주먹으로 갈비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엄청나게 치면서 핵주먹 아폴로를 쓰러뜨릴 비밀 무기를 준비하게 된다.
D. 시합에 대한 록키의 생각은?
자신의 연인이 된 애드리언에게 "내가 만약에 마지막까지 버틴다면, 종소리가 울릴 때 내가 두발로 서 있다면 내 인생 처음으로 뭔가를 이뤄낸 최초의 순간이 될 거야"라며 자신의 행운을 기도해 달라고 부탁하고 링 위에 오르게 된다. 시합 당일 초라하게 링 위에 오르는 록키와는 달리 챔피언 아폴로는 미국을 상징하는 엉클 샘의 화려한 복장에 환호를 받으며 기고만장하게 입장한다. 방심하던 챔피언을 첫 라운드에서 다운을 뺏어내지만 핵주먹에 록키도 코 뼈가 부러지고 다운도 당하게 된다. 하지만 마지막 라운드까지 버티며 거센 반격으로 아폴로의 갈비뼈를 부러뜨리는 선전을 펼치지만 시합 결과는 챔피언의 판정승으로 끝난다. 이경기에서 록키는 인생의 자존감을 회복하게 된다.
E. 시합 종료 후 록키가 보여준 모습은?
승패에 관계없이 15라운드까지 버텨낸 록키는 감격에 겨워 큰 소리로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 애드리언을 목놓아 부르고 애드리안은 달려와 만신창이가 된 록키를 뜨겁게 안아준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에 서 있던 록키였지만 애드리안을 순수하게 사랑하고 주변인들을 따뜻하게 아끼는 마음이 그의 성공 요소라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록키>의 시리즈는 <록키2, 1979>, <록키3, 1982>, <록키4, 1987>, <록키5, 1990>, <록키 발보아, 2007>로 제작되었다.<에필로그>
사회 통신망(SNS) 플랫폼 회사의 화재로 초연결 사회의 일상이 무너지며 사회 전반에 빨간 등이 켜진 직후 다시 핼러윈 참사로 걷잡을 수 없는 공포와 좌절이 덮치고 말았다. 영화<록키>의 주인공이 초심과 따뜻한 인간미로 삶의 보람과 행복을 성취할 수 있었지만 방심과 교만으로 한순간 모든 것을 잃게 되듯 우리도 일상에서 무너진 크고 작은 규범들(공권력 상실, 공교육 시스템 파괴, 흉악범죄 및 학교 폭력 만연, 교통법규 위반, 세대와 젠더 간 갈등, 코로나로 인한 사고 감지 센스 고장, 마약의 확산)을 원점에서 계몽하고 치유해 나가지 않는다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불행한 사태를 맞을 것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서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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