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4만 가구에도…막바지 분양물량 쏟아져

부동산 레이더

천안·평택·대구 등
호황기에 준비한
아파트 분양 사업

일정 계속 미루며
버티던 건설사들
"더는 뾰족수 없다"
물량 털어내기 나서
건설사들이 호황기에 준비한 아파트 분양 사업의 막바지 물량이 4분기에 쏟아지고 있다. 전국 미분양 주택이 빠르게 늘어 4만 가구를 넘어선 와중에 연말까지 총 6만 가구 이상의 아파트 분양이 이뤄질 전망이다. 분양 시기를 미루며 버티던 건설사들이 본격적인 물량 털어내기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 전국 19개 단지에서 1만1907가구 규모 아파트가 청약을 접수한다. 충남 천안시에선 롯데캐슬더두정 등 3개 단지에서 2321가구 아파트의 1·2순위 청약을 8일부터 받는다. 인근 아산시에서도 GS건설이 아산자이그랜드파크 1588가구를 분양한다. 경기 평택시에선 ㈜한화 건설부문이 포레나평택화양 995가구를 공급한다. 이들 지역은 하반기 대규모 공급이 이뤄지면서 미분양이 급증했으나 여전히 개발 호재가 다양하고 수요도 많아 꾸준히 분양이 이뤄지고 있다. 천안에는 천안제3산업단지, 천안제4일반산업단지, 천안산업기술일반산업단지 등 다수의 산업단지가 조성돼 있고 추가로 천안테크노산업단지, 북부BIT산업단지 등이 건설되고 있다. 평택은 삼성전자, 아산은 삼성디스플레이의 대형 사업장이 자리잡고 있다. 아산1·2테크노밸리, 아산스마트밸리 등을 중심으로 관련 기업들이 꾸준히 입주하고 있다.대구와 인천 등 악성 미분양 물량이 적체되는 곳에서도 분양 물량이 나온다. 대구는 한 달 사이 미분양이 2200여 가구가 더 늘어 9월 말 기준으로 1만 가구를 넘어섰다. 불황이 깊어진 가운데 분양이 오히려 늘어나는 것은 건설사들이 분양 일정을 더 이상 연기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이번달 분양이 예상되는 6만 가구 물량은 11월 기준으로 7년 만의 최대 규모다. 연말 예정 물량뿐만 아니라 앞서 분양을 시도했다가 이달 이후로 일정을 연기한 3만3894가구가 더해졌다.

분양을 미루던 건설사들은 최근 금융시장 경색으로 자금 유동성이 악화되자 일단 물량을 털어내자는 분위기다. 한동안 공급이 끊겼던 서울의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도 분양시장에 등장했다. SK에코플랜트·롯데건설은 오는 14일 서울 중랑구 ‘리버센SK뷰롯데캐슬’의 특별공급과 1·2순위 청약을 시작한다.정부의 규제 지역 완화 등을 기대하면서 일정을 재차 연기한 일부 건설사도 있지만 대부분 연말·연초를 넘기지 않겠다는 움직임이다. 정부는 이달 중순께 서울과 인접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을 부동산 규제 지역에서 해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규제가 완화돼도 은행권 담보대출 금리가 작년의 두 배로 오른 상황이라 단번에 시장 침체에서 벗어나긴 힘들어 보인다”며 “분양을 미뤄봐야 뾰족한 수가 없어 늦어도 내년 초까지 대규모 분양 물량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