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필하모닉 내한공연 4일 브람스·R 슈트라우스…"조화롭고 일치된 앙상블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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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파고 큰 브람스 교향곡 3번4일 프로그램의 중심은 오스트리아 빈이었다. 낭만 시대의 빈을 대표하는 브람스와 20세기 초 빈 국립오페라단을 이끈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작품들로 꾸며졌다.
빈필 고유의 음색·템포로 들려줘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다채로운 조화로 극적 세계 펼쳐
첫 연주곡은 브람스의 ‘비극적 서곡’. 작곡가는 “우는 작품”이라고 했지만 경쾌한 리듬과 서정적인 선율로 비극의 무게감을 덜어내는 곡이다. 벨저-뫼스트와 빈필은 활동적인 리듬에 열정을 더하고, 현악에 무게중심을 두어 작품의 진지하고 비극적인 면모를 강조했다. 현악은 남다른 일체감으로 그 효과를 더했다. 실내악에서 보여준 브람스의 비극적 인상을 관현악으로 옮겨놨다. 이어 연주된 브람스의 교향곡 3번은 감정의 변화가 대단히 큰 네 개의 악장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는 게 중요하다. 벨저-뫼스트는 이 작품을 ‘절대음악’의 시각으로 바라보며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음으로써 이 과제를 해결했다. 신고전주의자인 브람스를 생각하면 설득력이 있는 해석이었다. 특히 낭만성이 짙은 3악장을 스케르초의 빠르기로 들려줘 교향곡으로서의 구조적인 흐름을 견지했다. 현악의 각 파트는 모든 음역에서 하나의 악기가 내는 듯한 음향을 만들었다. 현악과 관악의 밸런스도 일품이었다. 다만 3악장에서 오보에가 음정을 여러 차례 제대로 내지 못한 것은 의아스러웠다.슈트라우스의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교향시의 소재가 된 니체의 철학서 내용을 아는 게 곡 이해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작곡가가 각 장면의 의미를 폭넓은 관현악의 음색으로 효과적으로 투영했기 때문에 음악 자체만으로 충분한 예술적 감흥을 준다. 다만 워낙 다양한 악상이 펼쳐져 작품 전체를 하나의 이야기로 묶는 응집력을 발휘해 연주해야 한다.
빈필은 악기들을 바꿔가며 연주하는 하나의 선율도 잘 연마된 톱니바퀴처럼 정확하고 유연하게 들려줌으로써 이런 요구에 부응했다. 또 특징적인 음형(音型)들을 적절하게 드러내 긴장감을 유지했다. 이로써 극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어 관객이 그 세계에 몰입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환상적인 더블베이스의 푸가도 기억에 남는다. 이는 관현악단 최고의 가치인 조화롭고 일치된 앙상블을 성공적으로 구현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앙코르는 요제프 슈트라우스의 ‘수채화 왈츠’. 비교적 차분하고 소란스럽지 않은 왈츠로 국가애도기간의 분위기를 고려한 선곡이었다. 빈필은 이 곡에서도 일치된 음향에 중점을 둔 연주를 들려줘 ‘하나의 악기’가 되는 오케스트라의 이상(理想)을 실현했다.
송주호 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