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위협 앞에 선 '욱일기 논쟁'

현장에서

과거 우리 관함식 참석했던 日
욱일기 달고 왔지만 논란 안돼
안보 상황 엄중…'국익' 우선돼야

김동현 정치부 기자
“한국 해군 소양함입니다. 2015년 이후 7년 만의 참가입니다.”

6일 오전 일본 사가미만에서 열린 국제관함식에 한국 해군이 파견한 군수지원함 ‘소양함’이 모습을 드러냈다. 유튜브로 생중계된 관함식에서 일본 함내 아나운서가 소양함을 소개하자 나팔 소리와 함께 ‘경례’ 구호가 울려 퍼졌고, 소양함에 탑승한 장병들이 경례하는 장면이 영상에 잡혔다. 소양함 맞은편에 주최국 귀빈들이 탑승한 ‘이즈모’에 있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소양함을 향해 왼쪽 가슴에 손을 얹고 경례했다. 이날 이즈모에는 일본 자위함기가 걸려 있었다.이날 우리 해군의 ‘대함경례’ 여부는 정치권을 비롯한 여론의 관심사였다. 국내에서 군국주의 상징으로 간주되는 욱일기 문양의 자위함기가 해상자위대 군함에 내걸릴 것이 분명해서다. 이를 의식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욱일기와 자위함기가) 형상은 비슷하지만 자세하게 놓고 보면 차이가 있다”고 변명하기도 했다.

한국 입장에서 아쉽긴 하지만 욱일기는 세계적으로 ‘전범기’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날 관함식에 참석한 미국, 캐나다, 호주 등 2차 세계대전의 주요 참전국 해군이 주저 없이 일본 함정을 향해 경례했다. 욱일기 사용이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점에서 1930년대 나치 독일이 본격 사용한 ‘하켄크로이츠’와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한국도 1998년(진해)과 2008년(부산) 관함식에 욱일기 게양함선이 국내에 입항했을 때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일본에서 열린 국제관함식에는 2002년과 2015년 우리 함정을 보냈지만 논란은 없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계속되고 국제적으로 신냉전 구도가 펼쳐지는 가운데 한·일 양국의 군사적 협력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한국 국민들이 욱일기에서 일제의 침략전쟁을 연상하는 점은 어쩔 수 없지만, 이 역시 양국 간 대화를 통하지 않으면 진전이 어렵다”고 말했다. 민족적 감정에 앞서 냉정하게 국익을 살피는 정치권의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