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온지 보름 만에…돈 더 달라며 삭발 태업 '월급 메뚜기'도 수두룩

외국인 근로자 으름장에 '피멍'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수도권의 한 염색업체 A사장은 지난달 고용한 베트남 출신 외국인 근로자 2명을 3일 만에 내보냈다. 근로 환경이 비교적 편한 숙련 공정으로 근무 부서를 바꿔 달라는 그들의 요구를 현실적으로 수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부서를 바꿀 수 없다면 다른 직장으로 옮길 수 있도록 근로계약을 해지해달라고 으름장을 놨다. A사장은 “코로나19 탓에 2년 만에 외국인 인력을 받았는데 사업할 의욕을 잃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근로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외국인 근로자와 사업장이 갈등을 겪는 사례가 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은 관련법에 따라 사업장이 근로계약을 해지하거나 임금 체불 등 사업장에 귀책 사유가 있을 때만 허용된다. 하지만 일부 외국인 근로자가 근무 환경이 더 좋은 사업장으로 옮기기 위해 근로계약 해지를 요구하면서 생산 현장의 인력난이 심화하고 있다.제조업체 B사도 2년 만에 도착한 우즈베키스탄인 근로자 4명을 최근 모두 내보냈다. 일한 지 보름 만에 근로자 2명이 주도해 “300만원 이상 임금을 주지 않으면 (직장을) 옮기겠다”며 삭발과 태업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태업에 대항할 수단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중소기업계는 현장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외국인 인력 공급 탓에 갈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외국인 인력 도입 규모를 사전에 결정하는 연간 쿼터제로는 생산 현장의 인력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외국인 인력 부족률은 평균 54.9%로, 사업장별로 평균 15.6명의 외국인 인력 고용 확대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상웅 대구경북패션칼라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사업장에 귀책 사유가 없는 한 입국 첫 1년은 사업장 변경을 금지해야 악의적인 사업장 이탈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