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초석 세운 분"…이재용·정의선 등 정재계 조문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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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복남 CJ그룹 고문 5일 별세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어머니 손복남 고문이 지난 5일 오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이재현 회장·이미경 부회장 모친
그룹경영 숨은 조력자로 활약
문화사업 진출·비비고 작명 영향
1933년생인 손 고문은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인 고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과 1956년 결혼하면서 삼성가와 연을 맺었다. 슬하에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이재환 재산홀딩스 회장 삼남매를 뒀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의 누나이기도 하다.고인은 CJ그룹의 초석을 세운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병철 선대회장은 재산을 분배할 때 장남 이맹희 명예회장 대신 손 고문에게 안국화재(현 삼성화재)의 지분을 상속했다. 1993년 삼성그룹이 제일제당을 계열사에서 분리하려 하자 손 고문은 자신의 안국화재 지분을 이건희 회장의 제일제당 주식과 맞교환하며 제일제당의 최대주주가 됐다. 1996년 제일제당그룹이 공식 출범했고 손 고문은 그해 장남인 이재현 회장에게 자신의 주식을 물려줌으로써 후계 구도를 완성했다. 1997년 정식 계열분리 이후 손 고문은 남은 제일제당 지분 전체를 이재현 회장에게 넘겼다. 손 고문은 CJ그룹에서 고문 외 경영자 직책을 맡진 않았지만 정기적으로 회사에 출근해 업무를 보며 그룹 경영에 영향을 미쳤다. CJ그룹이 문화사업에 진출하는 계기가 됐던 1995년 미국 드림웍스 지분투자 당시 손 고문은 드림웍스 공동 창업자인 스티븐 스필버그와 제프리 캐천버그를 집으로 초청해 식사를 대접하며 협력 분위기를 이끌었다. 2010년대 초반 글로벌 한식 브랜드 이름을 정할 때도 “‘비비고’는 외국인들이 부르기 좋고 쉽게 각인되는 이름”이라며 힘을 실었다. 이 회장은 평소 지인들에게 “어머니는 CJ그룹 탄생의 숨은 주역이며 내가 그룹의 경영자로 자리잡도록 도운 든든한 후원자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손 고문은 2015년 말 급성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건강상태가 악화됐다. 손 고문의 빈소는 서울 필동 CJ인재원에 마련됐다.6일 오전부터 비공개 가족장으로 치러진 장례식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어머니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함께 가장 먼저 빈소를 찾았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 등 정·재계 인사의 조문이 이어졌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