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전국민이 트라우마…'유튜버 공화국'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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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영상 메신저로 유포…"무심결에 눌렀다가 가슴 철렁"
"통제 없는 콘텐츠로 2차 피해…정부가 나서 원칙 세워야" "살려고 발버둥치면서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 속에 제 친구도 있었을 거 아녜요. 그 영상을 봤을 때부터 잠도 못 자고 밥도 잘 못 먹겠습니다.
"
지난달 29일 밤 이태원 압사 참사로 친구를 잃은 직장인 이모(29)씨는 유튜브에 올라온 사고 영상을 우연히 본 뒤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이씨는 "나도 이렇게 정신적으로 힘든데 가족이 영상을 본다면 어떤 마음이 들겠느냐"며 "플랫폼에서 적극적으로 이런 영상을 삭제 조치하고 그게 안 된다면 올린 사람이 자발적으로 지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5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 현장 영상이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에 잇따라 올라오면서 유족과 지인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트라우마를 심화하고 있다.
'유튜버 공화국'의 민낯을 드러내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플랫폼 측의 적극적 필터링은 물론 콘텐츠 생산자·소비자가 스스로 윤리의식을 돌아보는 게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참사를 목격한 오모(29)씨는 현장을 쉴새 없이 촬영하던 시민들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오씨는 "한 유튜버가 도로 위에 있던 시신과 심폐소생술(CPR)을 받는 환자들 모습을 생중계하는 것을 보고 '이런 건 찍으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따졌더니 '내 핸드폰으로 내가 찍겠다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하더라"라며 "셀카봉까지 동원해 영상을 찍으며 해설하는 사람들을 보고 화를 참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런 영상은 사고 직후 트위터 등 SNS에 적나라하게 올라왔다.
이후 사고 영상을 일부러 피하던 일반 시민에게도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를 타고 퍼져 전 국민의 공포와 우울감을 키우고 있다. 직장인 이모(32)씨는 카카오톡 단체방에 올라온 영상을 무심결에 눌러본 이후 혼자 있을 때마다 생각나 가슴이 철렁한다고 했다.
그는 "어른인 나도 10초짜리 영상을 본 뒤로 이따금 공포감이 드는데 아이들이 이런 영상을 볼까 무섭다"며 "가뜩이나 온 국민이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만큼 관련 영상이 모두 지워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방심위가 접수한 이태원 참사 관련 온라인 영상·사진 삭제 요청은 지난 5일 기준 총 100건이다.
유튜브 등 플랫폼 측은 가이드라인에 따라 관련 영상을 자체적으로 삭제하는 중이다.
유튜브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관련된 검색과 추천 결과에 공신력 있는 출처의 뉴스 영상을 우선적으로 제공하고 있다"며 "정책에 따라 영상을 삭제하거나 연령 제한 조치도 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디지털 윤리의식을 재확립하고, 플랫폼의 참사 영상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온라인 콘텐츠는 조회 수와 광고 등 마케팅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윤리적 접근이 배제되고 상업인 목적으로 생산돼 왔다"며 "그러나 이런 콘텐츠 역시 일종의 '보도'인 만큼 통제 없는 방송은 희생자와 유가족 등에게 2차 피해를 유발한다"고 말했다.
이어 "게이트키핑이 중요하다.
플랫폼이 사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참사 등을 소재로 한 콘텐츠에 대해서는 정부 등이 나서 원칙과 컨센서스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도 "현재 온라인 플랫폼에는 재난·사고 영상에 관한 지침이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라며 "플랫폼의 파급력이 커진 만큼 사회적 책임을 다해 관련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콘텐츠를 올리는 사람뿐만 아니라 소비하는 사람도 윤리의식을 가지고 책임있게 소비하는 자발적 노력 역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통제 없는 콘텐츠로 2차 피해…정부가 나서 원칙 세워야" "살려고 발버둥치면서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 속에 제 친구도 있었을 거 아녜요. 그 영상을 봤을 때부터 잠도 못 자고 밥도 잘 못 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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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밤 이태원 압사 참사로 친구를 잃은 직장인 이모(29)씨는 유튜브에 올라온 사고 영상을 우연히 본 뒤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이씨는 "나도 이렇게 정신적으로 힘든데 가족이 영상을 본다면 어떤 마음이 들겠느냐"며 "플랫폼에서 적극적으로 이런 영상을 삭제 조치하고 그게 안 된다면 올린 사람이 자발적으로 지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5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 현장 영상이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에 잇따라 올라오면서 유족과 지인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트라우마를 심화하고 있다.
'유튜버 공화국'의 민낯을 드러내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플랫폼 측의 적극적 필터링은 물론 콘텐츠 생산자·소비자가 스스로 윤리의식을 돌아보는 게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참사를 목격한 오모(29)씨는 현장을 쉴새 없이 촬영하던 시민들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오씨는 "한 유튜버가 도로 위에 있던 시신과 심폐소생술(CPR)을 받는 환자들 모습을 생중계하는 것을 보고 '이런 건 찍으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따졌더니 '내 핸드폰으로 내가 찍겠다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하더라"라며 "셀카봉까지 동원해 영상을 찍으며 해설하는 사람들을 보고 화를 참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런 영상은 사고 직후 트위터 등 SNS에 적나라하게 올라왔다.
이후 사고 영상을 일부러 피하던 일반 시민에게도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를 타고 퍼져 전 국민의 공포와 우울감을 키우고 있다. 직장인 이모(32)씨는 카카오톡 단체방에 올라온 영상을 무심결에 눌러본 이후 혼자 있을 때마다 생각나 가슴이 철렁한다고 했다.
그는 "어른인 나도 10초짜리 영상을 본 뒤로 이따금 공포감이 드는데 아이들이 이런 영상을 볼까 무섭다"며 "가뜩이나 온 국민이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만큼 관련 영상이 모두 지워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방심위가 접수한 이태원 참사 관련 온라인 영상·사진 삭제 요청은 지난 5일 기준 총 100건이다.
유튜브 등 플랫폼 측은 가이드라인에 따라 관련 영상을 자체적으로 삭제하는 중이다.
유튜브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관련된 검색과 추천 결과에 공신력 있는 출처의 뉴스 영상을 우선적으로 제공하고 있다"며 "정책에 따라 영상을 삭제하거나 연령 제한 조치도 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디지털 윤리의식을 재확립하고, 플랫폼의 참사 영상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온라인 콘텐츠는 조회 수와 광고 등 마케팅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윤리적 접근이 배제되고 상업인 목적으로 생산돼 왔다"며 "그러나 이런 콘텐츠 역시 일종의 '보도'인 만큼 통제 없는 방송은 희생자와 유가족 등에게 2차 피해를 유발한다"고 말했다.
이어 "게이트키핑이 중요하다.
플랫폼이 사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참사 등을 소재로 한 콘텐츠에 대해서는 정부 등이 나서 원칙과 컨센서스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도 "현재 온라인 플랫폼에는 재난·사고 영상에 관한 지침이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라며 "플랫폼의 파급력이 커진 만큼 사회적 책임을 다해 관련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콘텐츠를 올리는 사람뿐만 아니라 소비하는 사람도 윤리의식을 가지고 책임있게 소비하는 자발적 노력 역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