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하나로는 혁신 서비스 못 내…산업·분야 경계 넘어 협업해야"

이종민 SK텔레콤 미래R&D 담당

R&D조직은 사내 '기술 기상청'
기술 사이클 짧아져 촉각 곤두
'기술·투자·사업' 삼박자 갖춰야
“기술을 한 가지 개발했다고 끝나는 게 아닙니다. 그 기술이 서비스나 사업으로 실현돼야 사람들에게 가치를 줄 수 있어요. SK텔레콤이 기술·투자·사업 ‘3박자’를 맞추려는 이유입니다.”

이종민 SK텔레콤 미래연구개발(R&D) 담당(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KAIST 공학 석·박사 출신인 그는 SK텔레콤의 신기술 기반 사업 개발과 투자를 이끌고 있다.이 담당은 SK그룹을 통틀어 7년 연속 ‘발명왕’에 오른 인물이다. 200개가 넘는 국내외 특허를 갖고 있다. 기술을 개발해 사업화한 경험도 그만큼 많다. 유료방송과 모바일 영상 간 시차를 기존 15~30초에서 3초로 줄이게 한 ‘초저지연 모바일 생중계’ 기술이 그런 예다. 이 기술은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모바일 생방송 등에 활용됐다. 이를 활용한 ‘T라이브스트리밍’은 고화질 영상전송 기술(MMT) 분야에서 국제 표준기술이 됐다.

이 담당은 “서비스는 특정 기술 하나만 있어서 되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시기에 혁신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선 산업·분야 간 경계를 넘는 협업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국내외 유망 기술기업을 발굴해 협력하는 ‘테크콤비네이션’ 프로그램을 지난 5월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은 기술 개발과 사업화, 투자 집행 등을 통합해 운영한다. 기존엔 다른 기업에 투자를 벌일 때 기술 실사 단계에 가서야 R&D 조직이 관여하는 식이었다면 이젠 R&D 조직이 투자처 모색부터 함께한다.

투자한 기업과 기술 개발을 함께해 가치를 높이기도 한다. 로보틱스 소프트웨어 기업 씨메스와는 인공지능(AI)·로보틱스 기술을 공동 개발했다. 이를 적용한 로봇팔을 물류센터에 도입하는 식으로 신규 사업모델을 만든 뒤 최근 100억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이 담당은 “물류센터에서 사람이 가장 하기 어렵고 다치기 쉬운 1인 상하차 작업에 씨메스 로봇팔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미래R&D 조직은 정기적으로 ‘테크 인텔리전스 리포트’를 발간한다. 신기술 몇 개를 정해 기술 내용과 사업화 사례, 투자 포인트를 정리한 내부용 보고서다. 이 담당은 “조직 내에서 ‘기술 기상청’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이전에 비해 기술 사이클이 확 짧아져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요즘은 새로운 기술이 쏟아지고 있어 매번 개별 신기술을 전공한 박사급 인력을 채용해 조직을 꾸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젠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많은 기술을 빠르게 학습해 적용할 수 있는 인재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도심항공교통(UAM)과 로봇 등 물리적 요소를 지능적으로 연결하는 ‘커넥티드 인텔리전스’ 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UAM은 아직 어느 기업도 상용화 구현을 하지 못한 분야라 전문가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땐 UAM에 필요한 통신·AI 등에 강점이 있는 인력을 모아 신사업을 익히게 해야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 수 있다. 이 담당은 “향후 30년간 SK텔레콤의 주요 먹거리가 될 수 있는 사업을 찾고 있다”며 “AI와 디지털인프라 관련 서비스를 꾸준히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