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적층 경쟁' 치열…삼성전자, 승기 잡았다 [정지은의 산업노트]

세계 최고용량 1Tb 8세대 V낸드 양산
236단 추정…양산기준 최고층

美 마이크론, 200단 먼저 뚫었지만
생산성 검증 아직 안 돼
삼성, 2030년 '1000단' 개발 목표
삼성전자가 양산을 시작한 세계 최고 용량의 ‘1테라비트(Tb) 8세대 V낸드플래시’.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 용량의 ‘1테라비트(Tb) 8세대 V낸드플래시’ 양산에 돌입했다.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적층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기술 경쟁력에서 승기를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고 용량이자 200단 이상 제품인 1Tb 8세대 V낸드 양산을 시작했다고 7일 발표했다. 지난해 7세대 V낸드 생산에 들어가고 1년 만에 기술 혁신을 이룬 것이다.삼성전자가 200단이 넘는 낸드플래시를 상용화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선 1Tb 8세대 V낸드를 236단으로 추정하고 있다. 236단 낸드는 셀을 236겹 쌓아 올렸다는 의미다. 양산 기준으로 업계 최고층 제품에 해당한다. 적층은 빌딩처럼 셀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데이터 용량을 늘리는 기술이다. 고차원 적층 기술이 있어야 더 많이 쌓아올려 낸드플래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웨이퍼당 비트 집적도가 이전 세대보다 대폭 향상된 게 특징이다. 8세대 V낸드는 최신 낸드플래시 인터페이스 ‘토글(Toggle) DDR 5.0’이 적용돼 최대 2.4기가비피에스(Gb㎰·초당 기가비트)의 데이터 입·출력 속도를 지원한다. 7세대 V낸드 대비 약 1.2배 향상된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을 양산하면서 ‘기술 초격차’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메모리 반도체로, 스마트폰·PC·서버(대용량 컴퓨터) 등에 주로 탑재된다. 삼성전자는 2002년부터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다. 2024년엔 9세대 V낸드를 양산하고 2030년까지 1000단 V낸드를 개발하는 목표를 세웠다. 신기술로 원가경쟁력을 높이고,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취지다.경계현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 사장은 지난 9월 “기술이 한 세대 이상 확실히 앞서 있으면 기본 가격을 10% 이상 높게 받을 수 있다”며 “경쟁사와 가격 차이를 20%이상 벌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다른 반도체 회사들도 200단 이상 V낸드 기술을 속속 공개하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은 지난 7월 232단 제품 양산을 발표하며 가장 먼저 200단을 넘어섰다. 하지만 생산성 면에서는 삼성전자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웨이퍼 한 장으로 만들 수 있는 반도체의 개수는 삼성전자보다 적다는 뜻이다. SK하이닉스는 238단 제품 개발을 마쳤으며 내년 양산을 준비 중이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흐름을 감안, 지난 7월부터 평택3라인에 낸드플래시 양산을 위한 웨이퍼를 투입하며 생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향후 시장 성장성이 높은 데이터센터, 인공지능(AI), 자동차 시장 등에도 낸드플래시 공급을 늘릴 계획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