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식 칼럼] 현실로 다가온 북핵 공포의 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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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증강 중·러, 北과 밀착 심상찮아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 연설 때 3연임에 가려 덜 부각된 게 있다. 그는 ‘강대한 전략적 억지력 체계 구축’을 선언했다. 핵무기와 미사일 확장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시진핑은 지난 3년간 핵·미사일 부대를 33% 늘렸다. 미국 국방부는 중국은 200~300기인 핵탄두를 2030년 1000기로 늘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여러 번 핵 사용 위협을 했다. 핵 타격 훈련을 올해 두 차례 실시했고, 충돌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러시아는 세계 1위 핵탄두(약 6000기) 보유국이다. 푸틴과 시진핑의 위험한 공통점은 현대판 ‘차르’ ‘황제’로 불리며 1인 천하를 구축하고 현상 변경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北 7차 다탄두 핵실험 성공땐
장·중·단거리 핵무기 풀세트 완성
20kt 핵폭탄 서울 상공서 터지면
사망 61만명, 부상 55만명
친일국방·사드 반대, 한가한 얘기
홍영식 논설위원
이런 위험한 두 독재자가 경쟁하듯 북한 김정은과 밀착하는 것은 서로의 필요성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중·러는 미국에 대항할 우군을 모으고 있고, 북한은 그 역할을 할 최적임자다. 북한으로선 대미 전선의 ‘뒷배’가 절실하다. 북·중과 북·러가 올 들어 친선을 강조하고 뭉치는 것은 우리에게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은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한 정황도 나왔다. 김정은이 한·미 훈련 기간엔 바짝 움츠렸던 이전과 달리 올해는 미사일과 포격 도발, 군용기 대항 출격 등을 일삼은 것도 중·러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우려는 중국과 러시아는 핵 강국이고, 김정은은 ‘핵보유 국가’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미 정보당국은 이들이 핵 문제까지 연대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한은 6·25전쟁 직후부터 소련으로부터 핵기술을 전수해온 터다.북핵이 실존적 위협으로 다가온 정황들은 뚜렷하다. 예고된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위험한 이유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중거리·단거리 미사일에 적합한 다(多)탄두 실험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수kt(1kt=TNT 1000t) 폭발력의 소형 전술핵부터 신형 ICBM인 화성-17, 18형에 적합하도록 설계한 전략 핵탄두까지 실험에 성공한다면 ‘핵무기 풀세트’ 체제를 갖추게 된다. 한국, 주일미군 기지, 미국 본토가 북핵 위협에 고스란히 놓이게 되는 것이다. 미국 헤리티지 재단은 북한은 억지력을 넘어 전투 전략으로 핵 역량을 개발하는 과정에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은은 전술핵 부대의 존재를 공개하고 지휘까지 했다. 전술핵을 배치하고 핵 사용 시나리오까지 갖고 있다는 뜻이다. 핵무력 법제화를 통해 선제공격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북한은 일본 히로시마(16kt), 나가사키(22kt)에 떨어진 원폭 정도의 폭발력을 가진 핵무기를 수십 기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커드 미사일로 한국 공격이 가능하다. 군 당국의 평가에 따르면 20kt 규모의 핵폭탄이 서울 용산 상공 100m에서 폭발할 땐 사망자가 61만여 명, 부상자가 55만여 명에 달한다. 미국 국방위협감소국은 같은 조건에서 사상자를 103만여 명으로 예측했다. 고공 핵폭발 방식의 전자기충격파(EMP) 공격은 한국 전역의 전자기기를 불능상태로 만들 정도로 가공할 위력을 지녔다. 북한은 재래식 무기로는 한·미에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핵과 미사일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군 당국에 따르면 5년 뒤 북한 핵무기는 200기로 늘어난다.
핵 위험은 더 이상 상상이 아닌데도 우리는 북한 도발에 면역이 된 듯하다. 설마 김정은이 핵무기를 쓰겠느냐는 의구심이다. 공포감을 조장하려는 게 아니라 현실을 똑바로 봐야 한다. 주변에 견제 세력이 없고 충성 경쟁만 벌이는 판에 김정은이 정권 자체가 불안하다고 느낀다면 도박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누가 보장할 수 있나. 전략적 연대를 강화하고 있는 푸틴의 핵 위협이 김정은의 오판을 부를 수도 있다. 중·러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번번이 유엔에서 막아주는 마당이다. 북한이 이례적으로 서해 중국 코앞에서 두 번 미사일 도발을 한 것도 중국의 용인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북·중·러의 결속에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는 필수다. 그런데도 일부 세력은 한·미 훈련 중단과 사드 추가 배치 반대를 외치고 있다. 일본의 북한 미사일 추적 능력이 우리보다 뛰어난데도 극단적 친일 국방을 주장하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를 막고 있다. 북한 핵미사일이 언제 우리 머리 위로 날아올지 모르는 판에 한가하기 짝이 없다. 이런 안일함이 북한 핵미사일보다 더 우려스럽고 위험한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