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자 리프킨 "효율·생산성만 좇는 진보의 시대 끝났다"

미래학자 리프킨 신간 출간
“지금까지는 인간이 자연의 지배자인 줄 알았다. 정신 차려야 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사진)은 신간 <회복력 시대>(민음사) 출간을 기념해 국내 언론사와 공동으로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진보의 시대가 저물고 회복력의 시대가 떠오르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여기서 진보란 효율성과 생산성 증대에만 초점을 둔 경제 발전을 뜻한다.미국의 경제·사회 이론가인 그는 1973년부터 <엔트로피> <노동의 종말> <소유의 종말> <수소 혁명> 등 20여 권의 책을 펴내며 기술과 경제, 사회의 변화를 한발 앞서 제시해왔다.

8년을 공들여 집필한 이 책에서 그는 효율성에서 적응성으로, 국내총생산에서 삶의 질 지수로, 수직 통합형 규모의 경제에서 수평 통합형 규모의 경제로, 세계화에서 세방화(세계화+지방화)로, 대의민주주의에서 분산형 동료 시민정치로 등의 이행을 제안한다. 자연과 함께 사는 회복력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원시 사회로 돌아가자는 말은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창출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회복력 시대의 인프라는 완전히 분산된 것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된다”며 “민첩한 최첨단 중소기업 수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친환경 재료인 점토로 3차원(3D) 프린팅 주택을 짓는 게 그런 예다. 화석연료 인프라가 미비한 개발도상국은 바로 태양광과 풍력 등으로 전환하면서 선진국과의 차이를 줄일 여지도 크다고 했다.리프킨은 “동양 문명은 자연과의 조화, 인간의 자연에 대한 적응을 중요시한다”며 “서양 국가보다 훨씬 빨리 회복력 시대로의 전환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