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배터리 승부수…제2의 포스코케미칼 될까 [기업&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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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에 이어 국내 화학기업 '빅2' 로 꼽히는 롯데케미칼이 최근 배터리 소재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최근 주식시장의 슈퍼스타는 단연 배터리 관련주인데요, 롯데케미칼의 배터리 사업 순항할 수 있을지 산업부 강미선 기자와 살펴보겠습니다.
강 기자, 롯데와 배터리, 매치가 잘되지 않습니다.
보통 롯데하면 제과 등 유통산업이 떠오르죠.
하지만 지난해 기준 그룹 매출을 보시면요. 전체 65조 원 중 롯데케미칼과 롯데정밀화학 등 석유화학 2개 사가 매출의 절반인 약 30조 원을 차지했습니다. 다만 석유화학 부문 역시 유통처럼 고성장 산업이 아니고 특히 올해 공급과잉과 업황 부진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롯데가 배터리 사업에 뛰어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롯데그룹은 2030년까지 배터리 소재 사업에 총 4조 원을 투자해 연간 매출 5조 원을 달성할 계획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업을 하고 있나요?
배터리 산업은 크게 화학, 금속, 제조로 나뉘는데, 기존 화학 분야를 살리는 방향으로 배터리 소재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롯데는 롯데케미칼을 중심으로 배터리 4대 소재인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에 들어가는 소재 원료들로 틈새시장을 노린 겁니다.
바나듐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제조업체(스탠다드 에너지)에 투자하고 있고요.
지난달 롯데케미칼이 우리나라 동박 1위 기업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면서 속도가 붙었는데요.
동박은 배터리의 4대 핵심 소재 중 하나인 음극재를 감싸는 얇은 구리막입니다.
롯데케미칼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로 재무 부담 등 어려움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 부분은 어떤가요?
롯데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4~5년 전부터 배터리로 사업 다각화를 시작한 것에 비하면 늦은 편입니다.
롯데는 그동안 석유화학에만 올인하는 모습을 보이다, 올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기점으로 배터리 소재 사업을 본격화했습니다.
인수 비용 관련해서도 고평가 논란이 있습니다. 3년 전 SK넥실리스가 비슷한 규모의 KCFT 동박회사 인수했는데 당시 인수금액(1조 2천억 원)보다 두 배가량 높은 2조 7천억 원입니다.
다른 그룹에 비해 늦게 출발하다 보니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것인데 최근 자금시장 경색과 맞물리며 재무적인 부담을 안게 된 겁니다.
특히 최근 롯데케미칼이 롯데건설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등 그룹사 자금지원에도 나서자 NICE신용평가는 롯데케미칼 신용등급을 하향검토·등급감시 대상에 올렸습니다.
무엇보다 롯데케미칼의 영업실적이 좋지 않습니다.
내일(8일) 3분기 실적이 발표될 예정인데 2분기에 이어 3분기도 영업적자가 예상됩니다.
돈은 벌리지 않는 데 쓸 곳은 많은 것입니다.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위한 납입 마감인 내년 2월까지 자금 압박에 대한 우려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롯데의 배터리 사업은 이제 막 시작한 것인데 언제부터 수익이 나기 시작하는지도 궁금합니다.
석유화학 기업들은 이미 3~4년 전부터 배터리 소재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특히 최근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내는 포스코케미칼의 경우 이미 시장에서 평가하고 있는데요.
배터리 사업을 처음으로 시작한 3년 전에 비해 주가는 4배 가까이, 성과를 보이기 시작한 올 초와 비교해서는 2배 가까이 주가가 올랐습니다.
롯데의 경우 국내 1위 동박 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에 인수에 성공했고, 신동빈 회장도 처음 경영 수업을 시작한 곳이 롯데케미칼(당시 호남석유화학)인 만큼 화학 산업에 관심이 큽니다.
배터리 부문에 당장 유의미한 매출은 없지만, 일진머티리얼즈는 내년 1분기 롯데케미칼 실적에 반영되고, 전반적으로 배터리 소재사업 공장이 내년 말에 가동돼 그 이후 수익이 잡힐 예정입니다.
유통과 석유화학 중심의 롯데그룹에 배터리 소재는 새로운 성장 사업이 될 수 있습니다.
우연의 일치인지 오늘 롯데케미칼의 주가는 어제보다 8% 오르며 초강세를 보였습니다.
석유화학 업황 개선 가능성에 배터리 소재라는 성장 산업에 대한 기대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잘 들었습니다.
강미선기자 msk524@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