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5000원짜리 샌드위치'라니…유명 맛집 비싼 이유 있었다 [이미경의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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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비치, 조선, 워커힐 등3만5000원짜리 랍스터 샌드위치, 20만원짜리 초밥, 3만2000원짜리 짬뽕. '맛집'을 찾아다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가봤을 법한 식당인 '마이클바이해비치' '스시 메르' '금룡'에서 판매하는 메뉴의 가격이다.
호텔 밖에서도 식음사업 활발
해비치, 메뉴 개발 R&D센터 설립
조선, 식음 최고 책임자에 셰프 출신 전무
워커힐, 밀키트로 소비자 공략
포털의 별점 후기가 5점 만점에 4.5점을 넘기는 등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 가격이 비싸다는 점 외에 이 식당들은 공통점이 있다. 모두 호텔이 운영하는 곳이라는 점이다.호텔업계가 식음·외식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호텔의 식음업 사업 매출은 쭉 성장세를 이어온데다, 2020년 팬데믹 여파로 매출이 급속하게 꺾힌 이후에도 이듬해에는 다시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호텔의 식음료 매출액은 2019년 2017년 1825억원에서 2019년 2079억원으로 증가했다. 2020년엔 코로나19 여파로 1254억원으로 쪼그라들었지만 이듬해 1583억원으로 회복했다. 신라호텔의 식음부문 매출 역시 2017년 1303억원에서 2019년 1463억원으로 불어났다. 2020년엔 1059억원으로 줄었다가 작년엔 1176억원으로 다시 늘어났다.
해비치, 강남에 식음료 R&D센터 설립
식음사업에 크게 투자하고있는 대표적인 업체는 현대자동차그룹의 호텔 계열사인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다. 해비치는 지난 6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식음료 R&D센터 '스패출러'를 오픈했다. 이전까지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제주 내에서 운영했던 식음료 연구 부서인 '푸드랩'을 확장한 것이다.얼핏보면 고급 레스토랑처럼 보이지만 이곳은 요리 연구에 특화된 공간이다. 이곳은 2~3달에 한 번씩 메뉴를 바꿔가며 해비치 호텔 내 식음업장을 비롯해 외식 사업 브랜드인 '마이클바이해비치' '수운' '스시 메르' 등에서 선보일 신메뉴를 개발한다.
센터 오픈 초반에는 캐리비안 음식을 선보이다가, 지난달부터는 중식 메뉴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셰프는 이곳에서 연구·개발한 메뉴를 소비자들한테 선보이고 피드백을 받는다. 다양한 음식에 대한 의견을 받기 위해 통상 7~8종의 메뉴가 포함된 코스 요리로 판매한다. 스패출러를 총괄하는 셰프이자 R&D센터장인 박민우 팀장은 "음식에 대한 의견을 물었을 때 '다 좋았어요'라고 말하는 손님보다 깐깐하게 평가하는 소비자가 더 좋다"고 말했다.해비치의 이같은 도전은 외식사업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함은 물론, 해비치의 식음 서비스를 경험한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호텔로 유입되도록 하는 전략이다. 특히 해비치는 제주에만 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외식사업장은 도심에서 선보이며 소비자 접점을 늘리고 있다. 해비치가 운영하는 외식업장인 마이클바이해비치, 수운, 스시 메르는 모두 서울 종각역 인근에 위치해있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식음·조리 담당하는 부문의 임원을 전무급으로 구성하는 방식으로 해당 조직에 힘을 싣고 있다. 조선호텔의 식음·조리부문은 셰프 출신인 조형학 전무의 지휘 아래, 외식업장을 운영하는 '외식팀' 메뉴를 개발하는 'PE(Product Engineering)'팀, 타 업장과의 협업을 기획하는 식음 기획팀으로 운영된다.
호텔의 주방 직원들은 셰프를 중심으로 직급에 따라 수직적으로 움직인다. 셰프 출신의 전무가 조직장으로 있는 것은 그만큼 리더십을 효율적으로 발휘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HMR, 밀키트로 가격 낮춘 사례도
가격이 비싸 호텔이 운영하는 식음·외식업장의 메뉴를 즐기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가정간편식(HMR)이나 밀키트를 출시해 가격의 장벽을 허문 사례도 있다.조선호텔은 2020년 '조선호텔 유니짜장'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30종의 밀키트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유니짜장과 짬뽕은 누적 판매량이 60만 개를 넘어섰다. 이 가운데 삼선짬뽕 밀키트는 출시 100일 만에 10만 개가 팔렸는데, 가격은 1인분에 6450원으로, 조선호텔 호경전 짬뽕(1만8000원) 대비 64% 저렴하다.
워커힐호텔 역시 마찬가지다. 워커힐은 지난 6월 자사 셰프 군단이 직접 개발에 참여한 프리미엄 밀키트 라인을 출시했다. 이를 기반으로 워커힐은 올해 HMR 등을 포함한 밀키트 연매출이 1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향후 워커힐이 운영하는 10여 개 레스토랑의 메뉴를 밀키트로 상품화해 가정간편식 경쟁력을 확대할 계획이다.워커힐호텔 관계자는 "밀키트는 온라인몰을 통해 소비자들이 쉽게 구매할 수 있다"며 "밀키트를 통해 워커힐 셰프군단의 솜씨를 맛본 사람들이 호텔 내 식음업장이나 우리 호텔이 운영하는 외부업장을 방문하도록 유인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